'기후위기?' 존 케리 美기후변화 특사, 방중 속내는?
2023.07.16 13:20
수정 : 2023.07.16 13:4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키로 하면서 미중이 어떠한 내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양국 모두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 의제로 두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미국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의무를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다만 외교가에선 케리 특사의 방중을 놓고 단순한 기후변화 한 가지 문제보다는 중국과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미국 전략의 속내를 먼저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미중 관계 개선 때마다 등장한 케리
16일 중국 생태환경부와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캐리 특사는 16~19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으로 중국에서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 중국 측 인사들과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미중 갈등과 별개로 양국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는 공동 문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중은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계속 회담을 가져왔지만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논의를 중단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후변화는 세계적 도전으로 각국의 협력 대응이 필요하고, 중미는 파리협정 발효를 이끌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중미 기후 협력을 위해 유익한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4년 동안 국무장관을 지낸 케리 특사는 앞서 2021년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셰 대표와 대좌했다.
당시 케리 특사는 중국 측 인사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주문했다. 기후변화는 일부 국가만의 위기가 아니라 전 지구의 ‘공통적’ 도전이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중국이 현재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공통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차별적 원칙’에 방점을 찍었다.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해 놓은 만큼 미국 등 선진국들의 탄소 저감 의무가 더 크다는 게 중국의 지적이다.
이 같은 상반된 태도는 올해도 감지된다. 앞서 방중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중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두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가장 큰 재생에너지 투자자로서 방향을 이끌 공동의 책임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녹색기후기금(GCF)·기후투자기금(CIF) 같은 현존하는 다자 기후 기구에 중국이 미국 등과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평론을 통해 “미국이 자국의 에너지 전환을 구실 삼아 각종 불공정 법안과 행정 조치로 자국 내 제조업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면서도 무역 장벽을 대거 쌓아 개발도상국이 녹색기술을 획득할 길을 끊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집단적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11월 APEC 주목하는 외교가
주목되는 점은 케리 특사가 중국을 찾을 때는 미중 관계 개선 필요성이 본격 대두될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첫 방문 후 4개월 만인 같은 해 8월에도 미국은 같은 전략을 보였다.
케리 특사는 그때 셰 대표뿐만 아니라 한정 부총리(현 국가부주석), 중국 최고위 외교 당국자들인 양제츠 전 중앙정치국 위원, 왕이 국무위원(현 중앙정치국 위원)과 연이어 영상 회담을 했다.
공교롭게 현재도 미국이 중국과 소통·교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옐런 장관을 캐리 특사보다 먼저 중국에 보냈다. 이후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방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케리 특사가 셰 대표 외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상무위원이나 중앙정치국 위원들을 잇따라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외교가에선 미국의 속내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등을 방문해 양자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외교의 기본은 상호주의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미국 측 고위급을 잇따라 중국으로 보낼 경우 시 주석의 방미를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일부 외교 소식통은 풀이했다.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힘을 보여줄 수 있고, 시 주석은 미 동맹국들을 모두 제치고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그림을 세계에 드러낼 수 있다”면서 “결국 APEC을 거쳐 내년 미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