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의 끝은 금산분리, 해외는 좋지만 국내는?”...민관의 동상이몽
2023.07.19 16:12
수정 : 2023.07.19 16: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융업권간 경쟁을 명분으로 내세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업계는 숙원인 해외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단, 이해관계가 엇갈린 국내 금산분리 완화에는 서로 다른 분위기다.
19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 기조에 속도가 붙었다.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주현 위원장의 취임일성이 금산분리 등 낡은 규제 완화”라며 “새로울 것은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및 은행권 제도개선TF 결과로 한박자 빨라진 분위기”리고 분석했다.
■ 해외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좋지만...
국내 금융권은 현재 46개국에서 49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수출규모에서 금융·보험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인 11.9%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 탓에 현재 국내 금융사는 금융업 등 직접 관련이 있는 업종의 기업만 1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내놨다.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해외에서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풀어준 것이 골자다. 금융위가 나서서 해외 법인에 한해 이를 완화한 것이다.
금융업계는 이번 규제혁신으로 금융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숙원이었던 해외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국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는 입장차를 보였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산업 자본과 경쟁할 수 있을만큼 비이자수익 분야의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소수의 금융사 나머지 회사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시중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들은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강한 산업자본과의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에서 산업으로 진출하는 경우만 생각할게 아니라, 대기업 등이 중심인 산업에서 금융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경쟁력이 부족한 일부 금융회사가 국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 전문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보다 건정성 지표 관리가 급해"
학계도 산업자본이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한 사실상의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상황은 지켜져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도 금융과 산업은 분리되어 있다”며 “금융 서비스의 낡은 규제는 혁신돼야하겠지만, 생산력을 늘릴 수 있는 분야에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금융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지금 금융위가 집중해야할 분야는 건정성 관리”라며 “국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부실 등 건정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은행의 알뜰폰 사업진출 금융혁신인가? 금산분리 훼손인가?’ 정책평가토론회에 참석한 이의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도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해 기조가 해외에서 국내로, 알뜰폰에서 다른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자본은 대기업 등 일부 경제 주체가 아닌 예금주 등 공적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