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구조 해소한 '한국전력', "안심은 이르다"

      2023.07.25 05:00   수정 : 2023.07.25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적자의 원인이었던 역마진 구조가 10개월만에 개선되면서 3·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원가 하락 추세에 힘입어 전력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에너지가격 추이가 불안정할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역마진 구조 해소에 흑자전환 기대

25일 한전의 ‘5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단가는 ㎾h당 132.43원이었고,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단가는 ㎾h당 138.83원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높았다.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2021년 말부터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판매단가보다 높았다.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이어졌다.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동안 단 한 차례(2022년 6월)를 제외하곤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판매단가보다 높았다.
이 기간 판매단가에서 구입단가를 뺀 역마진 폭은 1㎾h 기준으로 2022년 9월 -70.75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45조원에 달하는 한전 누적적자의 주요 원인인 역마진 구조가 개선된 것은 지난 겨울부터 국제유가안정세가 지속되고,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전기요금을 네 차례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보다 ㎾h당 33.5원 올랐다.

이처럼 판매단가가 구매단가 이상으로 형성되면서 한전은 전력 수요가 늘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마진은 작더라도 높은 전력수요를 토대로 적자 폭을 최소화하거나 약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상 전력도매가격(SMP)의 기준이 되는 LNG가격도 지난해 12월 JKM(일본-한국 시장가격) 기준 MMbtu(영국백만단위열량)당 32.3달러에서 10달러대로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하반기 에너지 가격 상황이 복병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에너지 가격 동향이 복병이다.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어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고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에너지장관 모임 뒤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올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다시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IEF는 석유소비국들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회원국, 그리고 멕시코 등 7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다.

맥모니글 사무총장은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가 가팔라 석유공급이 수요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이 올 하반기 석유수요를 하루 200만배럴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미 80달러 수준인 유가가 100달러를 뚫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 경우 LNG가격을 끌어올려 또다시 한전의 역마진 구조가 만들어질수 있는 셈이다.

당장 3·4분기 흑자전환을 해도 45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빠르게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원을 올려야 2026년까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2·4분기까지 절반에도 못미치는 21.1원을 인상에 그치면서, 재무구조 개선 시점은 그 이후로 밀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만약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역마진 구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전의 정상화는 요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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