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상승한 근원물가…'高물가' 고착화되나
2023.08.07 13:36
수정 : 2023.08.07 13: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 상반기 근원물가가 높은 서비스 물가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6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2%대로 하락, 물가불안 우려는 완화됐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흐름이 지난 3월 이후 고착화되면서 장기적으로 물가는 경제전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지수인 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7월 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4.2%보다 높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등락폭이 크지 않다. 다만 한번 흐름이 굳어지면 지속성이 있다. 장기적 추세를 판단하는 물가 지표다.
2019년 근원물가는 0.9%, 2020년 0.7%, 2021년 1.8%였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한풀 꺾인 지난 2021년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상승폭을 키웠고 올 1월 5.0%(전년동월대비)까지 상승했다. 2022년 한해 동안은 4.1% 상승했다. 이어 근원물가는 올 3월 소비자물가(4.2%)를 추월한 4.8%를 기록했다. 지수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세 지속 요인은 외식물가 등 높은 서비스 물가가 꼽힌다. 서비스물가는 지난해 9월 4.2%까지 치솟은 후 올 7월에도 여전히 3.1%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외식 물가를 중심으로 개인 서비스 분야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근원물가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7월 들어 상승률이 3%대 후반인 3.9%까지 떨어졌지만 서비스 소비가 늘고 있어 앞으로 상승률이 더 낮아질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가 당국 또한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2%대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또한 다시 상승 가능성이 높은데다 근원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7월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 하반기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상당한 상승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 8월호'에서 "(소비자)물가상승세가 일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의 향후 경로와 관련해서는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정책 당국은 특히 높은 근원물가가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현재 정부가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추진 중인 유류세 인하, 관세 인하 등 '감세카드'가 고물가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세수펑크'에도 시행 중인 이들 물가대응 정책의 가성비가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세수는 줄고 물가는 못 잡으면서 재정여력만 감소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까지 동원해 전방위적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높은 근원물가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은 최근 주류 할인 유도를 목적으로 '소매업자는 술을 구입 가격 이하로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는 내용의 고시 유권해석을 주류 업계에 보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을 언급한 뒤 주요 식품의 가격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한 바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