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여성은 변호사시험 응시도 못하나요"..'5년내 5회' 제한한 응시자격 논란

      2023.08.31 06:00   수정 : 2023.08.31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신과 출산으로 변호사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여성 응시 희망자에 한 해 형평성 차원에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응시자격을 놓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추가 기회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가 변호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변시 응시 유예 사유에 임신·출산을 추가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여변 "변호사시험법 개정해야"…국회서도 법안 발의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변은 성명서를 내고 변시 응시 유예 사유에 임신과 출산을 포함해야 한다며 변호사법 개정을 강력 촉구했다.
임신·출산 상황에서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등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험준비나 시험을 치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약을 받고,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의 저출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에는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 혹은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시험을 친 날로부터 5년내 5회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 복무하는 기간은 유예해 '5년'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변은 "여성이 임신, 출산을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점에서 임신, 출산이 변호사시험 응시 유예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특정 성별에 대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변측은 이어 "출산과정에 있는 응시생이 오전 10시부터 늦게는 오후 7시까지 진행되는 5일간의 변호사시험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단적으로 변호사시험 일정 중 출산을 하게 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여성의 임신, 출산을 시험 응시 유예 사유에 포함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중증 질병이나, 임신·출산의 경우 기간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인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임신 및 출산을 하는 경우 자녀 1명에 대해 각 자녀의 임신 시부터 출산 후 1년까지의 기간 중 1년을 응시기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증 질병으로서 즉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질병 치료에 소요된 기간(치료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1년)을 응시기간에서 제외토록 했다.

도 의원은 "불가항력적 중병이나 임신·출산 등의 사유로 변호사시험을 응시하기 곤란한 경우에도 병역의무 이행과 같이 응시기회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현 제도상 인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법안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신·출산으로 오탈자 된 로스쿨 졸업생 소송 냈지만 법원은 '기각'

이와 관련,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로스쿨 졸업생 김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변호사시험 응시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오탈자(5번의 응시기회를 소진한 사람)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고자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 2016년 2월 로스쿨을 졸업한 김씨는 졸업을 앞둔 1월 제5회 변시에 응시했지만 탈락했고, 6~8회는 자녀 2명을 임신·출산하면서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2020년 1월 9회 시험에서 탈락하면서 결국 현행법상 응시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김씨는 군복무 외 예외없이 5년 내 5회만 응시 기회를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고, 응시하지 못한 임신 및 출산이라는 불가항력 사유가 명백하므로 추가 응시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오탈자 소송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헌재는 2016년, 2018년, 2020년 세 차례에 걸쳐 변호사시험의 응시 기간과 횟수를 제한한 변호사시험법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법안 심사가 이뤄지게 되면, 관련 상임위에서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