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동료 잃고 싶지 않다"...검은 옷 입은 20만 교사 국회 앞에 모였다
2023.09.02 19:53
수정 : 2023.09.02 19:53기사원문
국회 앞 20만 '검은 물결'
2일 집회 주최 측이자 현직 교사들이 만든 단체인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는 20만명의 교사가 모였다. 당초 주최 측은 10만명 참가를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주째 토요일마다 열린 교사들의 자발적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로,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가 꽉 찼다. 공원 주변 도로는 물론 국회에서 1㎞ 떨어진 5호선 지하철역 여의도역까지 교사 행렬이 이어졌다.
집회 사회자는 "무더운 올여름 매주 빠지지 않고 5000명이 20만명이 될 때까지 교사 생존권을 이야기했음에도 또다시 2명의 동료를 잃었다"며 "6년 동안 도저히 살 수 없어 생을 저버린 선생님이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 고양과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또 사회자는 "서이초 사건이 알려진 지 40여일인데 관리자와 교육부·교육청, 국회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느냐"며 "유명무실한 대책을 내놓고 이 정도면 되지 않았냐는 태도, 도대체 언제 그들에게 우리 목소리가 닿게 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의 동료들은 이날 연단에 올라 "그날 이후 모든 선생님들이 교사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울타리에 기대 행복한 교육 활동 펼칠 수 있기를 매일 바란다"며 "모든 선생님들의 꿈을 지켜달라. 본인(서이초 교사)의 꿈을 못다 펼친 선생님을 위해 남은 선생님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사회자와 연단에 오른 동료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보이며 슬퍼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집회 내내 '공교육 정상화의 그날까지 우리들은 함께 한다',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다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하라', '진실 없는 사건수사 진상규명 촉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도 "교육을 지킬 수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움직임
교사들은 이날 △아동복지법 개정 △학생·학부모·교육 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교육 관련 법안·정책 추진 과정 교사 참여 의무화 등 8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5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정서적 학대행위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오는 4일에 임시 휴업 후 집단행동에 나서는 경우 불법 행위로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교육부를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오는 4일 임시 휴업을 강행한 학교장이나 당일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원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임시 휴업은 줄었지만 교원들 사이에서는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연가와 달리 당일 병가는 진단서 없이도 쓸 수 있다. 상당수 초등학교는 당일 교원 상황에 따라 단축 수업, 합반 수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한 상태다.
'우회 파업'을 지지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집회 당일 자녀를 돌볼 수 있는 학부모는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는 움직임도 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