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 '공동부유'

      2023.09.05 18:28   수정 : 2023.09.05 19:00기사원문
공동부유는 말 그대로 다 함께 잘살자는 뜻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이후 2021년 8월 다시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자신의 3연임을 1년여 앞둔 시점이다.

'전면적인 샤오캉(모두 풍족한 삶) 사회 달성' 선포에도 계층별·지역별 양극화는 증폭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민을 달랠 '당근'이 필요했다.

덩샤오핑이 1978년 제시한 '일부 사람을 먼저 부유하게 하라'(선부론)거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흑묘백묘론)의 경제발전 우선 정책에서 40여년 만에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 방점을 옮겼다.


예상대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며 줄줄이 돈을 냈다. 기업들 사정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때였다. 도시 전체를 봉쇄하면서 경제주체를 마비시키는 제로코로나 시행 2년째의 시기다.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앞서 철퇴를 맞은 기업 사례가 선행학습이 됐다. 미운털이 박혀 기업 존폐가 우려될 바에는 자금난을 겪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중국 당국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하루 만에 부동산 재벌들을 호출해 공개 질타했다. 헝다 사태는 문어발식 경영이 근본 원인이지만, 디폴트의 직접적 배경은 정부의 무차별 대출규제다. 또 세금은 사회의 빈부격차를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탈세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그달 말에는 "기업들은 당에 복종해야 한다"며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면서 덩샤오핑이 대장정 때 무슨 일을 했는지를 묻는 딸의 질문에 "따라나섰다"는 단 몇 글자로 답했다는 일화를 거론했다. '따지지 말고 충성해라'라는 압박이다. 외신은 공동부유를 위해 민간분야를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듬해 10월 3연임을 달성한 뒤에야 다시 경기부양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시장은 시큰둥했다. 경제성장률·생산·소비·투자·수출·물가·청년실업률·외국인투자·출산율·증시·부동산·세수 등 어느 하나 긍정적인 지표가 없다.

부랴부랴 옥죄던 족쇄를 풀었다. 부동산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도 숨통을 터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급기야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문구를 5년 만에 정책에서 들어냈다. 공동부유 후퇴라는 평가까지 일부에선 제기했다.

그러나 과연 공동부유에 대한 욕구를 줄였을까. 오히려 사회적책임(CSR)을 강요받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선 표적이 된 곳은 국유기업이라고 한다. 향후 민간기업과 외국기업들에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기부진으로 노골적으로 기업에 부담을 지울 수 없게 되면서 공동부유가 CSR로 사실상 형태만 바꾼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지 한국기업들은 중국이 평가하는 CSR지수 평가에서 수년 동안 상위권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공동부유 그리고 이를 위한 규제와 강요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른다.
이 역시 충분히 학습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