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진에 고유가까지…韓 경제 '저성장' 현실화되나
2023.09.24 10:58
수정 : 2023.09.24 10: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의 저성장 구조 고착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과 정부, 한국은행 모두 1%대 초반에 가까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고 내년 전망치도 2%대 초반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내년 성장 전망치 평균은 1%대 후반이다.
경제의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것은 수출부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5.5% 줄었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OECD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 7개국 중에서는 한국 수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12월(-10.1%)과 1월(-15.8%)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컸다. 그 뒤로도 6월(-7.1%·17위)을 제외하면 반년 이상 수출 감소폭 4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부진의 최대 원인은 최대교역국 중국이다.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과 총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0.9%, 19.6%였다. 같은 기간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약 45%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는 중국의 경기부진이 유독 한국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조선·배터리 등의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부진의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내놓은 올해 경제 수정전망에서 중국 경기 둔화가능성은 주요 하방리스크로 꼽았다. 실제 ADB는 중국 경기 흐름과 연관도가 높은 한국, 대만, 홍콩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7월) 대비 모두 내렸다.
여기에다 중국을 글로벌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까지 고려한다면, 높은 중국 의존도는 장기적으로도 한국 경제에 상당한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고금리도 한국경제의 또 다른 부담요인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주 '장기적인 고금리'를 예고하면서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국제유가도 난제다. 국제유가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다시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4달러였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북해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내년 90~110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부진에다 고금리·고유가까지 이어지면 올 '상저하고'시나리오는 멀어지는 동시에 내년 성장도 1%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앞서 6월에 발표된 OECD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 추세를 고려하면 11월 경제 전망에서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으로 'OECD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OECD 가입 이후 성장을 주도해오던 한국이 이제는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 중위권'국가에 머무르게 된다.
내년 성장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7월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개 기관은 내년 우리 경제가 다시 2%대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기관은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