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수술받은 70대 쇼크사…'오진' 의사 법정 구속
2023.09.25 18:26
수정 : 2023.09.25 18: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년 전 인천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쇼크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 당시 오진을 한 40대 외과 의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안희길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 A씨(41)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A씨는 2018년 6월 15일 인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사망 당시 78세)씨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나흘 전 B씨는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당시 B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 약을 먹고 있었다. A 씨는 B씨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B씨는 A씨에게서 진료받을 당시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으로 인해 출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B씨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인 A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9년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씨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으로 인해 조치가 늦어져 B씨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내시경 검사가 제때 진행돼 지혈했다면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의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과실이 가볍지 않은 데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족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