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싸워도 뒤에선 푼다고? 21대국회에는 사라진 풍경

      2023.10.05 18:26   수정 : 2023.10.05 18:26기사원문
"목욕탕에서도 대화가 줄었다" "분위기가 역대 최악이다"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격해지면서 사석에서의 대화마저 가뭄 상태다. 앞에선 싸우더라도 뒤에선 서로 서운했던 것들을 풀며 갈등을 봉합했던 문화가 없어진 것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다선 의원들은 입을 모아 21대 국회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 의원들을 향해 '의회정치 복원'을 호소했다. 윤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여야 간 만남 자체가 안 되니 소통도 안 된다"며 "이전 국회에선 국민을 위한다는 동업자 의식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많은 의원들은 '서로 식사하는 횟수가 줄었다', '해외 출장까지도 같이 안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여야 의원들은 표면적 갈등이 사석 자리까지 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원인을 두곤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처리'라는 국회 원칙을 깨고 의석수를 무기 삼아 단독 추진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실제 이러한 갈등 상태는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에서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같은 쟁점 법안을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여당이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박진 외교부 장관·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된 것도 대표적인 강대강 대치의 예다.

모 여당 의원은 "국회가 갈등 조정과 통합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국회가 갈등과 분란을 더 조직적으로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도 할 말은 많다. 야당 독주보다는 야당 탄압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눈치보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4선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해임건의안에는 엄청난 정치적 무게가 있음에도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했고, 같은 당 또다른 3선 의원은 "여당이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이 있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는데 야당을 무시하니 여야 관계가 인위적이다"고 했다.

이에 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결국 민생 경쟁이 활성화돼야 한다. 여당은 야당에 손을 내밀고, 야당은 여야 합의 원칙을 되살려 선의의 경쟁으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론 여야 지도부가 나서 대화 채널을 지속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견이 적은 것들을 위주로 여야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TF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운영 개선을 위한 TF가 시작이 될 수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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