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쉽지만 한국어 어려워요… 존댓말 너무 헷갈려요"

      2023.10.08 18:29   수정 : 2023.10.08 20:41기사원문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수업을 듣는 게 힘들었지만 기뻤어요.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이란 소도시 '야수즈' 출신 데나 자팔디씨(22)는 사는 곳에 교육시설이 없어 한국어를 독학했다. 지난 2011년부터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한국어학당) 비대면 수업이 개설됐다. 라이브로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이어서 한국 시간에 맞춰 매일 새벽 3시부터 4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는 "5살 때부터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연세대에 진학해 의학과 생명공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K팝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최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었다.
한글날을 맞아 파이낸셜뉴스는 외국인 학생 5명을 만났다. 이들이 한국어를 접한 계기는 제각각이다. K-드라마와 K-팝 등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이 컸다. 자신이 사는 나라에 한국 대기업 공장이 들어선 것을 계기로 한국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

■K-팝 못잖은 K-취업 열기

8일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에 따르면 한국어는 지난해 언어 학습 앱에서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로 나타났다. 한국어 교육 수요가 커지면서 국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또한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85개국에 248개소가 설립돼 있는 세종학당은 오는 2027년까지 350개소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을 다니고 있는 헝가리인 모르바이 노에미씨(30)도 지난 1년 사이 헝가리 현지의 모교에서 한국학과 학생이 30여명에서 60여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SK가 헝가리에서 제일 큰 배터리 공장을 만드는 등 한국 기업 진출이 늘어났다"며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에서 관심을 키운 사례도 많았다. 인도에서 온 안나바줄라 바르샤 아누그라하씨(23)는 "우연히 한국 밴드 넬 노래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인도에서는 특히 코로나 19 유행 당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가 유행했고 방탄소년단 때문에 K-팝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미디어를 제대로 공부한 뒤 인도에서 드라마 자막번역을 하거나 한국 아티스트들이 인도에 오면 통역 일도 하고 싶다"며 "요즘 인도에서 K팝이 인기있어 아티스트들의 방문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어휘와 시같은 단어 감동"

이들은 문자인 '한글'을 배우는데는 수월하다고 했다. 하지만 말할때 쓰는 존칭을 배우는데는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아누그라하씨는 "한국어는 존댓말이 자세히 구분돼 있다. 윗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뿐 아니라 존댓말에 따라 동사가 다 바뀐다"며 "자주 헷갈려 선생님한테도 반말 쓴 적 있고 친구한테도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인 발레리아 레몬디씨(26)는 "존댓말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점이 모국어와 다르다"며 "또 '거르다', '여과하다' 등 같은 의미의 단어도 한자어와 순우리말이 또 따로 있어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파키스탄인 쿠랏올 에인씨(20) 또한 어휘가 다양하다는 데 공감했다.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며 "깊은 의미가 한 단어 안에 담겨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운명의 상대에 대한 시가 많은 편인데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는 시 한편의 내용을 다 담은 단어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내 한국어 교육은 읽고 쓰는 학문적인 요소가 강조돼 있다고 분석했다.
서홍원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장은 "최근에는 흥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초급 수준의 학생이 늘어난 상태"라며 "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즐겁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초급 교육에서는 어휘와 문법보다는 회화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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