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리장전' 글로벌 규범으로 확장하길
2023.10.18 12:20
수정 : 2023.10.18 16:01기사원문
생성형AI가 시장에 나온 올해 데미스 허사비스를 비롯해 샘 알트먼 오픈AI CEO 같은 세계 AI시장을 주도하는 기업가, 기술자, 과학자 350여명이 미국 AI안전센터와 함께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전쟁 위험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할 문제다"는 한 문장의 짧고 강력한 성명서를 냈다.
AI 기술이 한단계 도약할 때마다 새로운 규범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 나온다. 그것도 AI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킨 당사자가 직접 신싱당부한다. AI 기술 전문가일수록 기존의 규범 체계로는 AI와 함께하는 디지털 세상을 정의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UN총회에서 "디지털 심화 시대의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는 뉴욕구상을 발표한 뒤, 우리 정부가 지난달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AI 뿐 아니라 디지털로 정의되는 새로운 사회에서 전세계가 공동으로 번영해야 하는 기본 원칙을 담았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유와 권리, 공정한 접근과 기회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를 규정하고 디지털 시민의 권리는 물론 기업의 의무까지 정의한 그야말로 권리장전이다. 기존 국경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 디지털 사회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담아 법률들의 기본이 되는 법을 만들었으니, 전세계 AI 전문가들이 바라던 새 규범의 틀을 잡은 것이니, 굉장한 일을 해 냈다.
그런데 울림이 작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질서를 규정했는데, 아직 한국의 디지털 권리장전을 연구하고 있다는 연구소나 기업을 못봤다. 유럽연합(EU)이 DSA(디지털 서비스법)나 GDPR(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 같은 개별법 초안만 발표해도 전 세계가 술렁이던 것을 생각하면, 디지털 권리장전이 진짜 권리장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당장 국내에서 조차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에 어떤 부처가 손과 머리를 보태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외국 여러 나라들과 권리장전을 공유하기 위한 글로벌 회의는 어떻게 계획되는지도 알 길이 없다. 권리장전 이후에 교육, 의료, 노동, 저작권 분야의 개별법들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 마스터플랜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없다.
괜한 걱정이면 좋겠다. 이미 지난해 대통령의 '뉴욕구상' 발표 이후부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다 세워졌다고 반박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전세계가 공유할 디지털 신질서가 독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