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소비 둔화될 것..가계 초과저축·고금리 영향"

      2023.10.22 13:07   수정 : 2023.10.22 13: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던 민간소비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간 금리인상 영향이 파급되고 임금상승세 둔화, 초과저축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민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김민수·진형태·정다혜)에 따르면 미국 민간소비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상승률의 완만한 둔화, 초과저축 소진과 긴축적 신용여건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한은 조사국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국면 지속가능성과 이에 따른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 강화, 장기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소비심리를 추가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양호한 노동시장 △초과저축 등이 견조한 민간소비를 견인해왔다. 고용시장에서 대면서비스업이 호조인 데다, 임금소득이 오르면서 청년층·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실질구매력까지 개선된 영향이다. 초과저축이 민간소비로 이어진 영향도 있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약 1조달러 내외의 초과저축이 소비지출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한은 조사국의 전망이다.

고용 증가세와 임금 상승세가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상승, 고금리로 인한 신용긴축, 재정지원 감소 등으로 기업에서 고용 증가폭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금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아 실질임금 상승률은 플러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초과저축이 민간소비로 이어지는 경향도 약해질 수 있다. 올해 8월 기준 미국 가계 저축률은 3.9%로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웃돈다. 하지만 한은 조사국은 "잔여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을 소득상위 20%가 보유하고 있는데 소득상위층은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미래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라며 "초과저축의 소진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상위 20% 이하의 초과저축은 4·4분기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을 가진 상위 20%는 소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의 영향이 파급되고 학자금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가계 이자부담이 커지는 것도 소비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모기지대출 실효이자율은 2021년 12월 3.37%에서 지난 6월 3.6%로 뛴 반면, 원리금상환액의 60%를 차지하는 소비자신용의 실효이자율은 4%p 이상 상승했다.

한은 조사국은 "20~30대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및 오토론 연체가 늘어나고 있어 취약층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이라며 "10월부터 재개되는 학자금대출 상환이 가계 원리금 부담을 높여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2·4분기 20~30대의 오토론 연체율은 4.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수준까지 올랐다.


한은 조사국은 "다만 견조한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가계의 재무상황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소비 증가세 둔화 정도는 과거에 비해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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