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재명 31일 만난다…'협치' 물꼬 틀까
2023.10.30 18:18
수정 : 2023.10.30 19:51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31일 국회에서 만날 예정이다. 두 인사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건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연일 소통을 강조하고 있고, 이 대표도 자리를 피했던 지난해와 달리 참석을 결단한 만큼 협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서기 전 5부 요인, 여야 대표·원내대표들과 사전환담을 가진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여러 행사장에서 스치듯 얼굴을 보기만 했을 뿐 자리에 앉아 본격 소통을 한 적은 없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최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 윤 대통령까지 3자 회담을 역제안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일축해왔는데, 이번 사전모임에 대해서는 "국회 지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때문에 오는 31일 사전환담이 국회에 알려진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사실상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첫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번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는지에 따라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사부터 입법, 연금개혁 등 협치가 필요한 현안들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윤 대통령이 거론한 연금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데, 정확한 숫자도 없는 개혁안을 던져놓으면 결국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연금개혁안을 내놓으면 안는 정치적 부담이 있으니 정부에서 이렇게 던져버리면 민주당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안을 내자고 요구하는 정도밖에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내년 정부 예산안을 긴축재정으로 규정하며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반대하는 걸 넘어 자체적으로 예산안을 마련해 여의치 않으면 정부안을 무시하고 자체안을 의결하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 예산은 물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연구·개발(R&D) 예산마저 삭감하겠다고 한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만남을 하루 앞두고 국회를 향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생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전세 사기 피해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회에서도 다시는 힘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피해액을 합산해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개정을 서둘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약속드린 바 있다"며 "기술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5배까지 강화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법안들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는 민생 관련 법안이 많이 있다"며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보조금관리법,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미래 산업전략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의 입법 필요성을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