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만 인상 가닥… 한전, 희망퇴직 등 자구안 마련
2023.11.07 18:11
수정 : 2023.11.07 18:11기사원문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 가스요금 동결 유력
7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전기 요금을 산업용만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과 식당·상점 등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 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대기업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만 올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우선 검토하는 것은 올해 말 부채 규모만 205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어지면 국민 여론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주택용과 일반용은 각각 15%, 23%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한전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상당폭 얻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MWh(메가와트시)당 95.6달러로 OECD 평균인 115.5달러보다 싸다.
가스요금의 경우 겨울철 난방비 폭등 우려에 따라 동결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민수용만 이미 12조 원대를 넘어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회수는 또다시 외면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이미 500%에 달했고, 가스공사 역시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사채 발행 한도가 이미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한전 고강도 자구책 마련… 졸속 우려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와 동시에 한전의 자구안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고강도 자구안에는 희망퇴직을 포함해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지난 5월 25조원 규모 자구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에만 두번째 자구안 발표다.
우선 한전은 조직내 유사 기능을 통합하고, 비핵심 기능은 축소하는 등 본사 조직 축소에 나선다. 또 사업소 조직을 단계적으로 효율화하고 본사·사업소 조직혁신을 통해 확보한 인력을 신사업·신기술, 신재생·원전 수출 등 핵심업무 위주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자구안에는 한전KDN, 한전원자력원료, 한국전력기술 등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한전은 한전KDN과 한전원자력연료의 지분을 사실상 100% 보유하고 있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한국전력기술의 지분은 67.8%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한전의 '재정 건전화 계획'에서도 한국전력기술 지분 중 '경영권 확보와 무관한 잔여 지분 14.77% 매각'이 언급된 바 있다.
앞서 한전은 희망퇴직 시행 등의 내용이 담긴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희망퇴직이 진행되면 창사 이래 두 번째다. 한전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창사 이래 2009~2010년 딱 한 차례로 퇴직자수는 420명에 그쳤다. 이를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셈인데 한전 노조의 반발은 거셀 전망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