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는 라면 담당, 나는 삽겹살 담당"..품목별 밀착 물가관리 실효성은?

      2023.11.13 09:12   수정 : 2023.11.13 09: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부처별 물가안정책임관을 두고 물가대응체계 가동에 들어갔지만 물가를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물가책임관은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범부처 특별 물가 안정체계를 즉각 가동하겠다"는 언급 이후 나왔다. 이같은 품목별 물가 전담마크에도 일부 소주, 맥주 가격은 지난 9일 인상됐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 개최한다. 품목별 물가관리담당관을 선정했고 물가안정현장대응팀 신설하는 등 범부처물가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정부는 특히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등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정부 움직임이 이처럼 급박한 것은 "10월 이후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 예상과 달리 물가불안 조짐이 커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는 10월까지 3개월째 3%대다. 국내외 물가전망기관들의 전망치도 상승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8개 투자은행(IB)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한달 전 2.2%에서 최근 2.4%로 높였다. 한국개발원(KDI)도 내년 물가 전망치를 기존 대비 0.1%포인트(p) 올린 2.6%로 상향조정했다.


원자재값 상승에 곧바로 연결되는 식품물가 상승세는 가파르다. 10월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전년동기 대비 15.2%, 우유는 14.3% 각각 인상됐다. 빵(5.5%), 커피ㆍ차ㆍ코코아(9.9%)도 동반 상승했다.

서민체감물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시장개입까지 하면서 총력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에다 고물가까지 지속되면 내수악화로 경제 전반에 불안이 커질 수 있어서다. 물가전망이 줄줄이 상향되고 중동불안에다 고금리 지속,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내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슈링크플레이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에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품업계가 최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줄인 조미 김, 과즙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춘 주스, 개수를 기존 대비 2개 줄인 냉동만두 제품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현장 중심의 물가대응과 별도로 세제를 바꿔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민체감물가 영향력이 큰 소주와 위스키에 기준판매율 도입을 통해서다. 기준판매율을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기준판매율을 높이면 주류업체가 내는 세금이 줄어들어 주류 출고가격의 인하폭도 커진다. 지난 7월부터 국산차와 수입차 간 개별소비세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기준판매율을 도입한 선례가 있다. 최대 40%의 기준판매율을 적용하면 소주 등 국산 증류주 출고가는 19.3% 낮아지게 된다. 다만 주세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가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장 가격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 선례가 있어서다. 52개 품목을 정해 물가를 관리했던 과거 이명박 정부의 'MB물가지수'는 정책 시행 뒤 3년간 20.42%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격 단속 외에 소비에 대한 세제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를 해 주는 방식이다.
가계의 부담을 덜고 소비 진작효과도 있다는 논리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세법개정안을 조정해 소비 세제지원 확대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소비진작, 가계 지원 효과를 일부 볼 수 있겠지만 현재 6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쇼크 상황에서는 선택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비 세제지원을 하려면 국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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