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은 커녕 이자도 못 내는 기업들...5대銀 무수익여신 3.5兆 돌파
2023.11.20 16:11
수정 : 2023.11.20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은행 대출 이자조차 낼 수 없는 기업이 올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에게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무수익여신이 지난 9개월 새 28% 훌쩍 뛰어 3조원대 중반마저 넘어섰다. 특히 가계보다도 기업의 무수익여신 증가세가 가파른 점을 볼 때 고금리에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기업 부도나 대출 연체 등이 급증한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무수익 여신 규모가 지난 3·4분기 기준 3조5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조7901억원 규모였는데 약 9개월 만에 7869억원이 껑충 뛰었다. 지난 2021년 말(3조669억원) 대비 2022년 말에는 1년 새 무수익여신 2768억원이 오히려 줄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대출 채권 가운데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은행별로 △하나·농협은행 0.23% △신한은행 0.22% △국민·우리은행 0.21%로 모두 0.20%대를 넘어섰다. 기업 대출은 10개월 연속, 가계대출도 7개월 연속 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서다.
특히 가계와 비교해 기업 대출의 무수익여신이 크게 불어났다. 5대 시중은행 합산 기업 무수익여신은 2조1616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6597억원) 대비 30.2% 늘었다. 가계 무수익여신은 같은 기간 1조1305억원에서 1조4154억원으로 2849억원 뛰었는데, 비율상 25.2% 증가했다.
이는 최근 들어 기업 경기가 악화한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 대출을 취급할 때 무수익으로 나가는 여신은 없다"며 "그동안 기업이 부도가 난다든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은행이 해당 채권으로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부도 혹은 채권재조정 등으로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여신을 의미한다. 통상 고정이하여신에 비해 좁은 개념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미래 채무상환 능력 악화가 예상될지라도 현재 이자가 발생하면 무수익여신에서 제외한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여신 채권은 자산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5단계로 분류되는데, 무수익여신은 고정이하여신 가운데 채무상환 능력 악화로 고정 분류된 여신을 제외하고 대신 요주의 중 이자가 미계상된 여신을 포함해 산출한다.
이처럼 이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상황이 급속도로 무너진 점은 여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 3·4분기 1213건으로 전년 동기(738건)보다 무려 64.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4분기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02억원) 대비 214.9%나 급증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