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말로만 ‘위성 팔불출’..김여정 “미국과 대결 준비”

      2023.11.30 09:53   수정 : 2023.11.30 09: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을 위시한 우리나라 일대,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 괌 미군기지, 일본 공군기지까지. 북한이 지난 2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으로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곳들이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해당 위성사진들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사진은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미 백악관, 일본 기지, 이집트 운하까지..사진 하나 없는 촬영 주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보도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전날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촬영했고, 김 위원장이 보고를 받은 뒤 만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평양시간 11월 29일 2시 24분 50초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주의 쌘디에고 해군기지를 촬영한 자료’ 등 상세한 촬영 일시와 장소를 밝혔다. 지난 24일부터 구체적인 촬영시간을 공개하고 있는데, 위성 작동 여부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금까지 위성사진을 한 장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위성 발사 이튿날 22일 곧바로 발사 성공을 선언하고 괌 미군기지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24일에는 서울·목포·군산·평택·오산 등 ‘표적지역’, 27일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뉴포트 뉴스조선소·백악관·펜타곤, 29일에는 미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만족했다는 짤막한 반응만 전해질 뿐 사진은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앞서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에서 미 핵항공모함 4척과 영국 항공모함 1척을 포착했다는 디테일을 밝히기도 했지만, 사진은 비공개로 부쳐 여전히 위성 작동 여부는 불확실하다.

美횡포 규정하며 안보리 맞서.."적대정책 풀면 대화하겠다는 것"
북한은 위성 성능을 강변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우려에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내세워 맞섰다.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위성 발사 대응을 논의하자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 나서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안보리를 겨냥해 “공화국의 주권적 권리들을 거부하는 일부 유엔 성원국들의 비합리적인 논거가 얼마나 박약하고 허위적이며 누추한가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주권국가들의 자주권이 난폭하게 유린되고 극도의 이중기준이 파렴치하게 적용되며 부정의와 강권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변질되고 있는데 대해 개탄하며 이를 단호히 규탄·배격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미국대사가 북한의 우주개발권리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미국의 양면적 입장과 행태야말로 강권과 전횡의 극치인 이중기준과 더불어 조선반도(한반도) 지역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악성인자”라며 “앞에서는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뒤에선 군사력을 휘두르는 게 미국이 선호하는 ‘힘을 통한 평화’라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같이 준비돼야 하며 특히 대결에 더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대미 입장”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안보리가 위성 발사에 제재를 가하려는 것을 ‘미국의 횡포’로 규정함으로써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의 궁극적 노림수는 ‘안보리는 미국의 강권이 난무하는 장’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안보리 기능을 무실화하고 대북제재로부터 탈피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양 교수는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대결’도 언급한 데 관해선 “조건부 대화론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면 미국과의 대화를 검토하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