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광이 잡으러 가야지" MZ 사로잡은 '서울의봄'

      2023.12.02 07:00   수정 : 2023.12.02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는 그 시대를 살았습니다. 여전히 열받는 일이죠.” “제대로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전두광 진짜 비열하네요”

지난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봄’을 관람했다고 밝힌 시민들의 감상평이다. 이 영화는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흥미로운 것은 20~30대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칫 청년들의 흥미를 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로 바뀐지 오래다.


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봄은 개봉한 지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하고 있어, 주말에는 4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손익분기점인 460만명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범죄도시3'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천만 영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특히 관람객 절반 이상이 MZ세대다. 멀티플렉스극장 CJ CGV에 따르면 개봉일인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연령별 예매 분포 분석 결과, 20대 26.2%, 30대 29.9%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56.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성 관객이 50.4%, 남성 관객이 49.6%로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아울러 멀티플렉스 CGV 골든 에그 지수(실제 영화를 관람한 고객들의 평가와 리뷰 등 토대로 만들어진 수치)는 현재 99%를 기록 중이며, CGV에서 분석한 N차 관람 비중에서도 개봉 5일 만에 100명 중 6.1명이 N차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의봄을 관람했다고 밝힌 20대 대학생 김 모 씨는 “일단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된다”라면서 “연기 역시 최고다”라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친구들과 함께 관람했는데, 한 번 더 볼 생각이다”라면서 “몰입도가 좋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0대 최 모 씨는 "요즘 유행어는 `전두광 잡으러 가야지`다. 그만큼 영화가 인기가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MZ세대 사이에서는 영화 상영 내내 심박수를 기록한 `심박수 챌린지`도 유행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분노할 때 자신의 심박수가 얼마나 치솟았는지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이다.

또 영화 속 실존 인물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보거나, 이를 주제로 하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도 쏟아지고 있다. 군대 계급을 잘 모르는 관람객들을 위해 ‘12·12 군사반란 인물계급도’, 반란군과 진압군 개요 등을 담은 PPT 자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 등 완성도 있는 작품 수준이 인기 요인이라고 봤다. 여기에 중장년층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도 흥행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영화를 잘 만들었다. 그게 기본 전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굉장히 구성을 촘촘하게 해놨다. 구성을 잘했다는 건 매 순간 거기 있는 이 군인들의 갈등을 엄청나게 첨예하게 잘 구성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끝까지 계속 몰입감을 놓치지 않고 가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 단위에서 볼 만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나이 든 세대들은 당시 실제 상황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을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은 반란군과 진압군 등 세력이 끊임없이 싸우고 부딪히고 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이 흥미진진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청년들 사이에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교과서로 배운 근현대사, 그 뒤에 이런 얘기가 있었구나 하는 지점은 분명 청년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영화는 개봉에 앞서 SNS에서 '전두환이 누구냐' '전두환이 어떤 짓을 벌였냐'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영화가 개봉했다. 결국 영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분명히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인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상당히 중요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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