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국정원 비공개 인턴 채용, '지인찬스' 논란 불가피

      2023.12.08 14:05   수정 : 2023.12.08 14: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지난 2018년 이례적으로 비공개 인턴 채용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인 찬스'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보안을 중시하는 정보기관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인턴 채용을 인턴 희망자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내부 직원 등이 지인들을 통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턴 채용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게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국정원 규정상 특수 전문가를 포함해 특정 직군 등을 국정원장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채용할 수는 있지만, 필기시험도 없이 불특정 다수를 비공개로 인턴 채용해 근무하게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갑자기 진행된 불특정 다수 비공개 인턴

8일 국정원에 따르면, 2018년 내부 공지 없이 비공개로 인턴 채용이 이뤄졌다.


당시 각 팀에 1명씩 총 20명 미만의 인원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각 팀별로 많아야 3~4명 정도로 운영되는 국정원 조직 특성상 1명이 갑자기 배치되는 것은 비중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은 모두 해당 직원이 누구의 추천으로 들어왔는 지 알 수 없었고, 이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업무 지시도 쉽게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통상 국정원에서 채용이 진행될 경우 직원들에게 내부 공지가 이뤄진다. 2018년 진행된 비공개 인턴 채용은 내부 직원들조차 모르게 진행됐고 갑자기 현업 부서에 배치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어떤 전형으로 채용을 하려면 공지가 올라오는데 당시 인턴 채용은 그런 과정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며 "보안도 검증 안된 사람들이 어느 날 국정원 내부 사무실에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개적으로 실시된 인턴 채용은 2019년에 이뤄졌다. 문제는 비공개로 채용된 인턴들의 인력 활용 방식이다.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갑자기 팀에 배치된 인턴을 뭘 믿고 일을 지시할 수 있었겠나"라며 "누구의 뒷배경으로 들어왔을 지 몰라, 평가도 제대로 못한 채 그냥 한달이 흘렀다"고 전했다.

■채용 여부 떠나 특혜 논란 불가피

국정원 인턴 이력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해도 향후 자신의 이력을 구두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인턴 경력은 비공식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높다.

해외 정보기관에도 인턴 채용제도가 있지만, 보안이 생명인 국정원에서 비공개 전형을 거쳐 인턴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혜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비공개 인턴 채용이 있기 직전에는 국정원 경력직으로 채용된 A 국회의원의 아들이 공채 직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은 터라 내부에선 비공개 인턴들의 출신을 의식해 큰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2018년 비공개 인턴 채용에 대해 "채용연계형 인턴제를 2019~2022년간 실시하기 앞서 2018년에 체험형(파일럿) 인턴제를 단기 실시했다"며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또 비공개 인턴 채용 규모 등에 대해서도 "국정원법에 따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

국정원은 해당 인턴들이 모두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가 종료됐다고 밝혔지만, 국정원 내에 아직 당시 인턴들이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한 관계자는 "1기 인턴들(비공개 인턴) 대다수가 남아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에 대충 평가한 뒤 거의 대부분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인턴 채용 이듬해부터 시작된 채용연계형 인턴들에 대한 자질 논란도 일고 있다.

국정원측은 직무역량과 발전 잠재력을 겸비한 정보요원을 선발하기 위해 '채용연계형' 인턴제를 실시했다는 입장이나 내부에선 특정인물 채용을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성했고 현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998년 김대중(DJ) 정부에서 1000여명의 강제퇴직이 이뤄진 뒤 당시에는 채용전형에는 없던 9급직을 새로 신설해 무시험 채용을 진행했던 전례가 있어 2018년 이뤄진 비공개 인턴채용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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