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유품 담긴 가방, 제발 돌려주세요"..70대 노인 호소문 '절절'
2023.12.21 13:47
수정 : 2023.12.21 16:18기사원문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는 한 누리꾼이 '어제 인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함'이라는 내용의 글과 A4 용지를 찍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사람 한명 살린다는 마을으로 돌려주면 후사하겠다"
종이에는 연락처와 함께 "12월 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백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라는 글이 담겨있다.
자신을 76세 노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가방 안에는 노트북 1대와 SD카드 여러 개, USB 여러 개가 있다"라고 적었다.
이어 "노트북 내에는 공공기관, 산업체 등에서 약 16년 동안 업무를 수행한 기록들이 저장되어 있다"라며 "USB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에 관련된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라며 "제발 살려 달라"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아내 생전 모습 담긴 USB도 잃어버렸지만.. 13일째 소식 없어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글 작성자는 고모씨(76)다. 고씨는 지난 8일 충남 서산 출장을 갔다가 김포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계양역에서 아들 차를 탔고, 길가에 잠시 놔둔 가방을 깜빡해 분실했다고 한다.
그는 "가방에 있던 USB에는 2년 전 곁을 떠난 아내의 생전 사진과 영상, 장례식장과 산소 사진이 모두 들어있다"라며 "정말 소중한 물건인 만큼 꼭 되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씨와 49년을 함께 지낸 그의 아내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다 2021년 10월 지인 모임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73세의 나이로 숨졌다.
고씨는 계양역 일대 10곳에 글을 직접 프린트해 붙였지만, 분실 13일째인 이날까지도 가방을 찾진 못했다.
고씨는 "노트북이 3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제품이어서 그런지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라며 "가방을 주운 사람이 지금이라도 꼭 연락해 줬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