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될 것인가, 물고기로 남을 것인가' 기로에선 내년 韓경제
2023.12.21 12:00
수정 : 2023.12.21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대학교수,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위원) 90명이 내다본 2024년 한국경제 키워드는 '용문점액'으로 선정됐다. 청룡의 해(甲辰年)인 내년 우리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일 발표한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용문점액'을 꼽았다.
용문점액은 중국 황하에 있는 용문에 관한 전설을 뜻한다. 물의 흐름이 강해 큰 물고기도 거슬러 오르기 어려운 협곡인 용문을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머리를 부딛쳐 이마에 상처가 난 채 하류로 떠내려 간다는 내용이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여전히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고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만큼, 기업들은 경제환경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추세 전망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 48.9%는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26.7%는 'L자형의 상저하저'를 전망했다. 이어 △우하향의 상고하저(16.7%) △우상향의 상고하고(3.3%) △V자형의 빠른 상저하고(2.2%) 등의 전망이 뒤를 이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을 두고는 '2024년 하반기(31.1%)'나 '2025년 상반기(26.7%)'를 꼽은 응답이 많았다. '2025년 하반기 이후(21.1%)'로 전망하거나 '향후 수년간 기대하기 어렵다(13.3%)'는 응답도 많아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내년도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상황 등의 여건 개선도 불명확해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해 한국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가 3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글로벌 수출경쟁 심화(36.7%) △중국의 저성장(33.3%) 등 수출무역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 리스크로는 '가계부채 심화'가 53.3%로 가장 많이 꼽힌 가운데 △부동산발 리스크(33.3%) △생산 및 소비물가 상승(32.2%) △내수경기 침체(28.9%) 등 민생관련 이슈가 뒤를 이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에 '전략산업 및 연구개발(R&D) 지원(33.9%)'을,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에게는 '가계·기업 부채관리(32.2%)'를 당부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2024년은 우리경제가 지속성장의 길을 걷느냐, 장기침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해가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각종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속성장의 길이 좁아 보이고, 장기침체의 길이 더 넓어 보인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좁은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새롭게 구성될 국회가 힘을 모아 지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