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민생금융에도 딜레마 빠진 은행… 삼중고 온다

      2023.12.21 18:07   수정 : 2023.12.22 10:35기사원문
은행권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α 민생금융방안을 내놓으면서 횡재세 파도는 넘었지만 자본비율 하락과 주주배당 축소, 비용 증가라는 삼중고에 처하게 됐다. 당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따른 관치금융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은행 성장동력 약화와 외국인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조6000억원 규모 이자를 환급하게 되면서 은행에 따라 2000억~3000억원 규모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조원의 무게' 감당하는 銀
21일 은행권은 2조원+α 규모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2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 187만명에게 1인당 300만원까지 이자를 환급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18개 은행은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해 부담한다.
5대 시중은행만 보면 KB국민(2조8554억원), 하나(2조7664억원), 신한(2조5993억원), 우리(2조2898억원), NH농협(1조6106억원) 순으로 분담금이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별로 2000억~3000억원 규모를 내게 된다.

문제는 은행이 차주에게 상환받은 이자를 돌려주면서 영업이익 감소와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당기순익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며 "은행에 따라 올해와 내년 반반으로 나눠 비용처리를 할지, 회계상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담금 규모가 클수록 영업비용이 커지고, 이에 따라 당기순익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비율 하락도 예견된 수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4분기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56%다. 지난 6월 말 대비 0.15%p 내린 것인데, 2조원 규모 민생금융을 집행하면서 자본비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금감원은 민생금융 집행으로 은행 자본비율이 0.05%p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BIS 자본비율이 0.1%p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총자본비율 규제(10.5%)를 하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셈이다.

은행들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상자 산출부터 여러 경우의수가 많아서 인력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캐시백 규모를 계산해서 산출하는 것까지는 전산 자동화로 가능하지만 대(對)고객 안내, 이의제기 등 고객 응대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영업이익 감소, 비용부담뿐 아니라 투자자 이탈 우려 이슈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는 부담이라는 분위기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액이 줄고, 이렇게 되면 외국인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여신으로 거둔 영업이익을 다시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주주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건전성 우려에 선 그은 당국
그간 상생금융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지원방안에 화답하며 주주 설득, 건전성 악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주주 설득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은행 이익 핵심은 지속가능경영이다. 고객을 어렵게 하고 이탈하게 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관점에서 설명하면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건전성이라든지 주주 설득을 포함해서 논의했고, 저희 최대치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고 부연했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상생금융이 필요하다는 당국의 방향성도 재확인됐다.
이 원장은 "이번 지원은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함으로써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계기로 은행이 고객과 동반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고, 상호신뢰를 키워 따뜻한 금융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이승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