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경쟁·핵 위협 커지는 지구촌… ‘K방산’은 거침없는 진격

      2023.12.24 18:12   수정 : 2023.12.25 21:00기사원문
올해 2023년 나타난 주요 군사기술적 특징 중 하나는 현대전에서도 최첨단 무기체계만큼이나 여전히 재래식 전력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시사하는 복합적인 전쟁 양상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국제질서의 재편을 노리는 중국, 러시아, 북한과 이란을 중심으로 이른바 전제주의 축(axis of tyrannies)으로 불리는 현상변경 시도세력들이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인 한국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세력에 맞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지구촌 곳곳에서 강한 도전을 보인 한해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안보의 영역도 블록화·진영화 하면서 군사적 영역에 그치지 않고 외교와 경제, 산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복합안보'라는 포괄적 안보의 개념이 더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지구촌의 군비경쟁과 핵확산·핵 위협 강도가 계속 높아가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K-방산은 민주주의 무기고로 떠오른 한해였다.

■핵 무력의 고도화 가속... 핵확산 우려 커져

러시아는 올 2월 미국과의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1월 2일(현지시간)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국제 조약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나토에 대한 반발에 따른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또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핵 사용 위협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중국도 핵무기 보유량을 급속하게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올해 연감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1월 기준 410기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0기가 늘었다. SIPRI는 "중국이 이미 핵전력을 현저히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도 10월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5월 기준 500기 이상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2030년에는 보유고가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법령으로 채택한 핵무력정책을 올 9월 국가최고법인 헌법에까지 명시하며 강화했다. 이란도 핵무장에 접근하고 있어 핵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단 관측이다.

미국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B61의 현대화를 추구할 방침"이라면서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기존 핵 중력탄을 개량한 더 진보한 성능을 지닌 전술 핵무기 B61-13 생산을 추진한다"고 공개했다.

앞서 미국의 핵무기 운용을 총괄하는 전략사령부의 앤서니 코튼 사령관도 올 3월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가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에 맞설 수 있도록 확장 억제를 위해 3대 핵전력의 모든 분야와 핵 지휘 통제 통신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첨단 미래전에도 여전히 중요한 재래식 전력

미래전의 성격과 전투방식은 군사작전과 전시 병참의 운용 판단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가상의 사이버 공간까지 확대돼 비대칭전 형태의 네트워크전(Network Centric Warfaer),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s),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4세대 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하마스(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가 오랜 준비를 거쳐 기습공격을 감행한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군은 이미 가자지구 국경에 첨단 AI 기반 경계망을 구축하고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적외선 감시기와 첨단 통신 도청 전력 등을 완비한 상태였지만 (그들의) 고전적인 재래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내부 침공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을 "이스라엘 당국이 AI 체계의 능력을 과신한 결과"라며 "예리한 분석과 조기 경보를 자신하는 첨단 AI 업체에 점점 더 의존하는 다른 국가의 정부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최첨단 정보·정찰·감시체계와 혼용된 지상전 위주의 재래식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군인과 민간인의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현대전의 복합적 전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통신서비스 스타링크 위성서비스 제공으로 전술지휘통제체계(C4I)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대규모 반격 작전에서 첨단 AI를 활용한 무기체계를 전면에 투입해 같은 인원으로 훨씬 더 효율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AI 체계와 로봇화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첨단전력은 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전력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년 연속 세계 '톱10' K-방산

현상변경 국가들의 군비증강과 무력 과시로 촉발된 신냉전은 유럽, 아시아 태평양 그리고 중동에서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방비로 연 7% 내외의 증액을 지속해 올해 약 1조5537억위안(약 293조원)에 이르렀다. 이에 맞선 미국은 2024년 국방비로 역대 최대인 8420억달러(약 1111조원)를 확정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11조엔(약 96조원)으로 늘리기로 했고, 나토국가들도 국방비를 GDP 대비 2%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지난 6월 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개 회원국 중 영국 등 9개국이 2% 목표를 넘었고 19개국은 2024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폴란드는 GDP대비 2.4% 수준에서 4%로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20일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올해 약 130억달러(약 16조9천억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올해 200억달러 규모 방산 수출 목표로 삼았지만 올해 수출실적은 작년 약 173억달러보다 약 43억달러가량 줄어든 수치로 집계됐다.

다만 우리 기업들은 방산부문에서 작년 6개의 무기체계로 폴란드 등 4개국을 상대로 실적을 냈던 데 비해, 올해는 12개의 주요 수출 무기체계로 다변화했으며 방산 대상국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과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유럽권역까지 12개국으로 확대됐다.

국방부는 "향후 예정돼 있는 각종 무기체계 수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내년엔 200억달러 수출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산수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K-방산은 극강의 가성비와 생산력, 미국과 나토의 무기체계와 상호 운용 호환성을 갖춘 장점을 지녔다. 매력적인 가격에 충분한 성능을 보장하는 데다 방위력 개선의 핵심 중 하나인 '적시 납품' 능력과 유지 보수를 위한 정비와 적기 부품 공급 등 후속지원도 탁월하다.

이는 중공업 기반이 없어 자국산 소총도 생산하지 못하던 대한민국이 50여 년 만에 이뤄낸 쾌거란 평가를 받는다.

■내년 주요국 선거 변수... "선제적 복합전략 수립"

내년에는 세계 주요국에서 선거라는 외부적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2024년에는 대만 총통 선거, 일본 총리 선거, 러시아 대선, 인도 총선, 한국 총선, 미국 대선 등이 국내 정치 이벤트가 대거 포진돼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은 국제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당선자에 정치적 성향과 정책 변화에 따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라는 큰 틀보다 미국 자국의 국익 수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북한 비핵화 등 대응 억제 기조까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4년은 선거의 해로 지구촌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주요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전 세계적으로 42억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11월 美 대선에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도 다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일방주의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소간 약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 등 동맹국과 우방국에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올해 북한이 역대 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기록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응은 무기력했다"며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핵동결-제제완화'라는 핵용인 카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3년에 역점을 둬 추진했던 NCG(한미핵협의그룹) 등 플랫폼을 빠르게 제도화하고 2024년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우려되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적기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가장 높은 수준의 선제적 복합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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