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도 무용지물… 작년 유가 10% 넘게 급락했다
2023.12.31 19:36
수정 : 2023.12.31 19:36기사원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잇단 감산, 연말 홍해 항로 사실상 폐쇄 등 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들이 겹쳤지만 유가는 결국 하락했다.
■3년 만에 첫 하락
CNBC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이하 현지시간)에도 하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올해 3월 인도분이 전일비 배럴당 0.11달러(0.14%) 내린 77.04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12달러(0.17%) 밀린 71.65달러로 올 한해를 마무리 했다. 브렌트, WTI 모두 연간 기준으로 2020년 이후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브렌트는 10.32%, WTI는 10.73% 급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홍해 항로 항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지정학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고조됐지만 유가는 하락했다. 연말 유가 상승세를 불렀던 홍해 항행 차질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활동 속에 급속히 제자리를 찾았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수에즈운하를 관통하는 홍해 항로로 배들을 다시 돌리는 등 홍해 항행이 재개되면서 유가 상승 요인이 사라졌다.
■미, 사상최대 산유량
지난해 유가가 10% 넘게 급락한 최대 배경은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이다. 특히 미국의 산유량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하루 평균 산유량이 1330만배럴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중남미 산유국들의 산유량도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 중국이 팬데믹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석유 수입이 기대를 밑돈 것도 유가 하락을 재촉했다.
■올해 석유수급 차질 없다
OPEC+가 올해 1·4분기 하루 220만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같은 감산이 유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 앙골라가 감산에 반발해 OPEC을 탈퇴하는 등 카르텔 내분 조짐이 있는데다 220만배럴 감산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충분히 수요 증가분이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은 하루 50만~110만배럴에 그치는 반면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규모는 하루 120만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WTI 평균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웰스파고는 71.50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