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경찰로 넘어간 ‘대공수사권’ 기대반 우려반

      2023.12.31 20:08   수정 : 2023.12.31 20:08기사원문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對共) 수사권'이 1월 1일부터 국가정보원에서 경찰 관할로 완전히 넘어간다. 경찰은 조직개편을 통해 안보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등 수사 역량을 키웠다. 다만 오랜 기간 국정원이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영역이라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인력 증원하고 '정예팀' 꾸린 경찰

12월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정원법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정원 대공 수사는 경찰에 전면 이관된다.
국장원은 기존에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제는 이런 권한도 경찰에 넘어간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망 등을 통해 수사 첩보를 입수해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국내 정보 수집활동은 국정원 영역이 아닌 경찰 영역이 된다.

경찰은 인력을 늘리고 조직을 개편한다. 전체 안보수사 인력은 기존 724명에서 1월부터 1127명으로 약 56% 증원된다. 순수 대공 수사 인력은 700여명이다. 종전의 400여명보다 약 75% 늘렸다. 안보 전문가인 신규 인력도 20명 채용했다. 특히 핵심 수사를 전담하는 정예 팀인 '안보수사단'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 신설된다. 소속 인력은 142명으로 종전 49명의 약 3배이며 단장은 경무관급인 안보수사심의관이 맡는다. 수사단에는 안보수사1과와 2과를 구성하고 각각 2개 수사대를 편성한다. 각 시도청에는 안보수사대 수사관을 증원해 광역 단위 수사체계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예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인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올해 10월 개소했다. 경찰은 정식 개소에 앞서 올해 6월부터 이곳에서 영장 집행, 디지털포렌식, 조사·신문 등 실전형 교육을 했다.

■ 해외-국내첩보 연계 쉽지 않을 듯

경찰이 인력을 늘리고 정예팀을 늘렸지만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국정원 만큼의 전문인력이 부족해 초기 성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내·외 첩보를 아우르고 강제수사까지 할 수 있었던 시스템이 다소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첩보는 경찰이 맡지만 해외 첩보 수집은 여전히 국정원도 할 수 있다. 다만 국정원이 입수한 첩보가 경찰까지 넘어가 수사로 이어지기까지는 예전보다 수사가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과 경찰이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1월 1일 시행되는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추적과 정보 분석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출국금지와 출국정지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는 직무는 행사할 수 없게 돼 있고 국정원과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수사에 지장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보수사국 내에 국장급 협의체를 두고 국정원 직원을 파견받아 적극 소통할 것"이라며 "실무회의도 필요하면 수시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공 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 여당 내에서 대공 수사에 필수적인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나 휴민트(인적 정보망) 부분에서 경찰이 국정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 바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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