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김정민 "기쁠때나 슬플때나 판소리"...23번째 완창 도전

      2024.01.18 14:59   수정 : 2024.01.18 15: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소리를 해요. 슬플 때는 춘향가 이별 대목을, 기쁠 때는 흥보가 박타는 대목을, 화 날 때는 적벽가를 떠올리죠. 판소리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 좋은 걸 왜 모르지? 안타까워요.”

오는 20일 돈화문국악당에서 23번째 완창에 도전하는 김정민 명창은 50대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이었다. 그는 “판소리가 옛날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더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며 "영화 오래보기 대회처럼 다섯마당 완창을 안 졸고 다 듣는 관객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를 해볼까도 생각해봤다"며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언급했다.

소리꾼으로서 자기 단련에도 늘 애쓴다.

매일 아침 5~6시에 일어나 광진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구리시까지 달리면서 소리를 한다는 그는 “해외에 나갈 때면 현지 공연 시간에 맞춰 (한국에서) 연습한다”며 “시차를 적응하고 나가니까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바로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명창은 고 박송희 명창의 제자이자 박록주 명창의 손제자다.
박송희 명창에게 흥보가와 적벽가를 사사했다. 지난 1994년 판소리 소재 영화 '휘모리' 주연으로 열연해 대종상 신인여우상도 수상했다. MBC, KBS, EBS 등 국내 방송에서 강연 ‘우리소리 우습게 보지 마라’로 국악을 알렸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다양한 무대에서 판소리의 우수성을 알렸다.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지난 10년간 1년에 2번 꼴로 무려 22번 무대에 섰고, 이번에 23번째 완창 무대로 '흥보가'를 선보인다.

김 명창의 공연은 여느 판소리 공연과 다르다. “병풍 앞에 서서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는 것만으로는 요즘 사람들을 3∼5시간 동안 붙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 오가 스승에게 "너무 요란하게 돌아다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과 담장·박 등과 같은 소품도 적극 활용한다. 이번에는 주요 대목을 담은 장면에서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틀어 마치 책장을 넘기 듯한 효과를 연출할 예정이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달리해 극적 재미를 더한다.

관객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0월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트로트까지 포함시킨 강연식 국악콘서트로 800석 극장을 매진시켰고, 이번 완창 공연도 초대권 없이 이미 매진됐다.

2019년부터는 판소리 세계화에 나섰다.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흥보가'를 완창했고, 2022년 6월 '이탈리아 3대극장'으로 꼽히는 테아트로 달 베르메의 1436석 공연장을 ‘적벽가’ 완창으로 전석매진시켰다. 지난해 5월엔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판소리 4바탕 4대목’ 공연도 했다.

당시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김정민 명창이 이탈리아에서 이미 판소리 완창으로 순회공연을 해 현지인들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K-판소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감독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 '오페라 솔로'(가제)도 촬영 중이다. 롬브로조 감독은 앞서 "김정민의 판소리는 들을 때마다 즐겁고 재미있으며 보이스 톤의 깊이가 확실히 남다르다"며 "판소리가 얼마나 흥미롭고 아름다운 음악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명창은 "판소리를 들은 이탈리아인들이 '오페라'가 한국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우리의 훌륭한 소리를 알리고 싶어 객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어요. 판소리 '붐'이 일어서 제자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제가 완창 무대에 계속 서고, 국악 콘서트 같은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죠. 그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 지난해 3월부터 한 화장품 회사의 대표가 돼 소리꾼과 경영자의 삶을 병행하고 있기도 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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