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검사 결과 보내라"..아내 살해 변호사, 10년간 '정서학대' 정황
2024.01.23 06:35
수정 : 2024.01.23 06:35기사원문
지난 22일 공개된 검찰 공소장에는 A씨가 2013년 결혼한 이후 아내 B씨를 정서적으로 학대해 온 사실이 기록돼 있다.
"현관에 신발 찍어보내라" 불륜 의심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아내 B씨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렸다" 등의 발언을 했다.
또 A씨는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했으며 이때부터 B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A씨가 B씨에게 전송한 메시지에는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영상전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거나 최근 3개월간 통화내역을 보며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녀들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해
A씨는 2019년부터는 자녀들에게 B씨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또 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라면서 영어 욕설을 하게 하거나 아들에게는 "어디서 또 나쁜 짓 하려고 그래"라고 말하게 하고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B씨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A씨가 각서를 쓰면서 한 달 만에 이를 취하했다.
그러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B씨 직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을 이어갔다.
그밖에도 지난해 초 온 가족이 뉴질랜드로 여행을 갈 때 초행지에 B씨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추석 명절에는 B씨와 협의 없이 자녀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혼 소송했지만 한달 만에 살해 당한 아내
지난해 11월 13일 A씨는 B씨가 딸과 별거를 시작한 거처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관으로부터 퇴거조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딸에게 "가난한 아내의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장모에게는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다음날 B씨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3일 B씨가 숨지면서 이 소송은 종결됐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두고 간 책가방을 가지러 오라"라며 자기 집으로 오게 했다. 검찰은 A씨가 말다툼 끝에 주먹과 쇠 파이프로 B씨를 가격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판단해 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A씨 변호인은 "공소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라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8일 진행된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