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한반도 대상 양다리 외교, 우리의 대응은?

      2024.01.29 06:00   수정 : 2024.01.29 14: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소통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북러 밀착으로 대(對)북한 레버리지가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중국은 러시아와 소원해진 한국과의 소통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이 있기 전인 작년 11월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이 방한하여 한중 수교 30년 넘는 수교 역사를 강조하며 교류 및 소통 강화를 언급했다. 이처럼 최근 2개월 기간 동안 중국은 한국과 북한을 상대로 외교의 이중전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이 “대사변”을 운운하면서 현재 한국과 북한은 그 대결구도가 역대급으로 가장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중국이 적대관계에 있는 한국과 북한을 상대로 거의 동시에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양다리 외교”를 펼치기에 호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행위자 간 충돌 혹은 대결 구도에 있을 때 중재를 자처하면서 자신의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모습은 보여온 바 있다. 이러한 공식이 이번에는 한반도에 강도 높게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이러한 양다리 외교의 모습은 러시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국도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적 제재 전선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러관계 파탄”까지 경고한 바 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행보를 본격화해 오고 있다. 작년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북하여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최근 들어 푸틴의 방북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과의 밀착과 동시에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발전에도 신경을 쓰는 모양새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작년 12월 푸틴은 러시아는 한러협력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위 러시아도 양다리 외교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양다리 외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첫째, 한반도 긴장은 중국, 러시아 입장에서는 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절호로 기회라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인 긴장이 높아지는 두 개의 국가가 있을 경우 당사자들이 직접 이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속성을 역이용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중재자인 것처럼 나서주면 그 자체만으로 그 대상국가에 대한 레버리지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재를 통한 역할 제고를 위해서는 양국 모두를 대상으로 한 소통 채널과 역할의 공간이 상시 유지되어야 가능하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양다리 외교강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신냉전에서 전략적 경쟁의 우위 확보와 무관치 않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현상유지세력에서 그 역할을 높이고 있고, 북한은 비확산 국제레짐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상변경세력에 속한 국가로 규정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들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속에서 번영을 이룩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지켜내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고 있다.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것도 국제적 리더국가로서 나선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하고만 소통하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어렵고 북한의 신냉전 구도 역이용 전략에만 이용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한국과의 외교와 소통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국제정치적·전략적 이익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의 양다리 외교는 앞으로도 치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외교적·전략적 지형이 중국과 러시아에 유리한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이러한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치밀한 전략이 가미된 외교를 다부지게 추진해야 한다. ‘포용외교’가 이러한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국제무대의 선진강국으로서 자유주의 진영에서 중추적 국가로 그 역할을 높이고 있기에 중국, 러시아의 규칙파괴 행위까지 용인하면서 외교적 협력을 높이는 양다리 외교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실리도 없다. 그렇지만 동맹국과 안보협력국 위주로만 외교를 이어갈 경우 중국, 러시아의 양다리 외교에 쉽게 말려들 수 있다.
중국, 러시아 등 비유사입장국과의 소통과 협력도 중요시한다는 ‘포용’의 원칙을 조금씩 외교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접목시키는 포용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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