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금 전부 내놓으랍니다" 사업 망하고 부모님에 얹혀살던 형 소송까지
2024.01.30 05:52
수정 : 2024.01.30 05: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계속된 사업 실패로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장남이 "내가 부모님을 모셨다"며 부의금 전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사연이 알려졌다.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40대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부모님은 장남인 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늦둥이인 여동생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며 "형은 40대 초반에 연이은 사업 실패로 형수와 별거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3년간 얹혀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도 (형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주거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일은 하지 않고 무위도식했다"며 "부모님은 형을 지원하느라 노후 자금을 다 썼기 때문에 내가 매달 용돈 50만원을 보내드렸다. 또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병원에 모시고 갔다"고 말했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숨졌고, 장례식 비용 2000만원은 모두 본인 부담으로 해결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는 "장례식 이후 형은 부의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물었고 (나는) '1500만원'이라고 답했다"며 "그러자 형은 '부모님을 3년 동안 모셨으니 (내가) 부의금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소연했다.
"아버지를 배은망덕하게 외면했다" 형, 상속 재산 분할 소송까지
결국 A씨는 형과 싸우게 됐고, 이후 형이 보낸 상속 재산 분할 심판 소장을 받았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형이 보낸 소장에는 "A씨와 여동생은 아버지를 배은망덕하게 외면했다. 반면 나는 아버지를 3년간 모시며 특별히 부양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소장에는) 아버지가 투자한 시골 땅에 대해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사람인 형에게 그 땅이 상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와 여동생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이경하 변호사는 ‘아버지를 특별히 부양했다’는 장남의 주장에 “더 높은 상속분을 가지기 위한 기여분 주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의 법정 상속비율에 따른 상속분을 가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성년인 자가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하면 부양의 시기·방법 및 정도의 면에서 각기 특별한 부양이 되므로 그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형이 피상속인인 아버지를 장기간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아버지와 형이 동거한 기한이 3년에 불과하고, 아버지가 크게 아프셔서 형이 아버님을 간호한 경우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이 아버지와 동거하면서 아버지 생계비를 지원해주거나 편의를 봐 드리는 일도 없었고, 오히려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을 본가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한 상황에 가깝다는 걸 피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