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잡은 '조조', 이번엔 '사커루' 잠재운다
2024.01.31 18:21
수정 : 2024.01.31 20:14기사원문
천신만고 끝에 아시아 최강국 중에 하나인 사우디를 꺾었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음 상대가 아시아 3강 중 하나인 호주로 정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월 3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지휘 아래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만 내주는 짠물 축구로 F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오른 사우디와 경기는 클린스만호에 첫 고비였다.
8강에 선착한 호주는 조별리그에서 시원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 최약체 인도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시리아·우즈베키스탄에는 확연하게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더 일정이 수월하다.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맞아 4-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호주의 장점은 클린스만호가 사우디를 상대로 90분 안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강전을 앞두고 한국은 호주보다 이틀이나 적은 휴식 시간이 주어진 데다 승부차기까지 치르느라 체력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호주는 현지시간으로 1월 28일 오후 2시30분 인도네시아와 16강전을 치렀다. 한국과 8강전은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3일 0시30분)에 치른다.
인도네시아와 경기가 오후 4시30분에 끝났다고 치면 호주는 8강전까지 122시간의 여유가 있다. 반면에 1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현지시간으로 1월 30일 오후 10시에 16강전을 마친 한국에는 68시간30분의 시간만 주어진다.
특히 호주는 체격과 스피드가 강점인 팀이어서 체력 문제가 클린스만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표팀 선수들이 남은 시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느냐가 4강 진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옐로카드 문제도 관건이다. 클린스만호에서 16강전까지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모두 10명이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이강인(PSG) 등 주축 대부분이 경고를 안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부터 8강까지 경고를 한 차례만 받으면 4강전부터 초기화되지만 8강전까지 서로 다른 경기에서 경고 2개가 쌓이면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은 호주를 넘으면 타지키스탄-요르단 경기 승자와 준결승에서 만난다. 타지키스탄은 처음으로 아시안컵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 1순위' 일본에 깜짝 승리를 거둔 이라크를 16강에서 3-2 명승부 끝에 돌려세우고 8강에 올랐다.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은 없다지만, 한국 쪽 대진표가 일본과 이란이 위치한 반대편 대진표에 비해 확실하게 수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전력 자체를 떠나서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과 일본은 축구 외적인 관계로도 껄끄러운 것이 많아 더욱 그렇다.
결국, 관건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호주를 넘을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호주만 넘게 되면 설령 경고 누적이 있더라도 4강전은 사우디, 호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누가 올라와도 해볼만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 1위를 해서 이런 일정을 피하고 싶었다"면서도 "오늘 승리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