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화약고' 급부상한 이란, 그리고 美의 딜레마
2024.02.02 06:00
수정 : 2024.02.02 06:00기사원문
특히 이번 이란 배후의 민병대 공격으로 미군 장병이 사망한 사건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격-대응의 연쇄반응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연쇄반응에 고민의 지점이 크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무장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한다면 자위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장병들을 사지로만 몰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미국 유권자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패착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보복 공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동 전반으로 확전되어 결국 화약고에 심지를 붙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확전된 중동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전쟁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국제적 불안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고, 공격에 나서자니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하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는 ‘확전 위험’과 ‘지위 약화’의 딜레마라고 규정할 수 있다. 보복에 나서자니 확전 위험이 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패권 지위 약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딜레마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선 무턱대고 보복에 나서기보다는 치밀하게 대응 옵션을 따져보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선택지가 가능할까? 첫째, 비군사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민병대의 이란의 배후라는 점에서 이란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미국이 독자 제재에 나서거나 미국의 동맹국과 함께 다자 제재에 나서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군사적 방법을 준용하되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이란을 통한 응징을 유도하기 위해 외교를 통해 협조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미국-이란 간 전쟁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공격 주체에 보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윈-윈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란이 이러한 방법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화의 한계는 존재한다. 셋째, 미국이 직접 보복에 나서되 이란이 아닌 공격 주체인 민병대를 정밀타격하거나 참수작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 방안은 미-이란 전면전쟁이라는 확전 리스크는 없지만, 이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칫 이라크, 예멘, 시리아 등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의 다양한 기습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넷째,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공격에 나서는 옵션이 있다. 이 경우 보복의 강도는 가장 높지만, 중동전쟁의 확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불이익에 직면할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여러 옵션이 있지만 그 어느 하나로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국제정치가 전쟁의 시대에 진입하는 문턱에 선 미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 문제와 고민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공격받은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응용하여 유사한 공격을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감행할 군사계획을 구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한국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를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