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낳으면 1억 주겠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시큰둥
2024.02.04 18:28
수정 : 2024.02.04 18:28기사원문
파격 공약의 연속에도 출산율 반등 기대는 여전히 낮다. 그간 누적된 육아부담이 지원 오름세를 추월한 지 오래다.
4일 기준 정치권에서 내놓은 주요 공약은 현금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가구당 1억원을 대출해주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무이자로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50% 감면, 셋째 출산 시 100%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리대출 후 출산에 따라 원리금을 탕감하는 '헝가리 모델'을 전격 도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2억원에 대한 '헝가리 모델' 도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1자녀에 대해 연 1%의 저리대출을 실행한 후 아이가 늘어날수록 원금을 감면하는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출생 이후 지원방안도 적지 않다. 야당에서는 8세부터 17세까지 월 20만원씩의 아동수당을 카드로 지급하는 안도 추가로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육아휴직급여를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60만원가량 한도를 늘렸다. 급여뿐 아니라 육아휴직 제도의 실질적 활용 증대를 위해 '동료수당'도 신설하고 남성 육아휴직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언뜻 육아부담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통계청 '2021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0세부터 26세까지 1인당 총소비액(총비용)은 2021년 화폐가치 기준 6억5287만원에 이른다. 여기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무교육 등 '공공이전'을 제하면 2억5058만원의 비용을 각 가정이 부담하는 중이다.
단순계산으로 통상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6세까지 연 약 1000만원에 가까운 지출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 수준으로는 당연히 이를 완전히 메꿀 수 없다. 1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예상되는 혜택은 1억~2억원의 무이자·저리 대출과 더불어 월 20만원씩 9년간 약 2100만원의 수당이다. 여기에 각 지자체의 출산·산후·양육 등 통상 1000만원 언저리의 장려금을 추가로 수령한다.
'인구 유지'가 가능한 아이 수가 가정당 2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혜택에 대한 기대는 더 낮아진다. 약 5억원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지만 실제 손에 들어오는 현금성 지원은 2배로 늘어나지 않아서다.
지역의 현금성 지원도 실효성 기대는 크지 못하다.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을 지원한다. 출산축하금 2000만원을 시작으로 양육지원금 30만원씩 60개월 지원,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제공,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지급 등 현금성 지원을 생애단계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충북 제천시는 둘째 아이를 낳으면 600만원, 셋째 이상을 낳으면 3000만원을 준다. 충북도 차원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1000만원은 덤이다. 두 곳 모두 인구소멸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반대로 '2023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순유입 규모는 지난해에도 1만명 늘어난 4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7년 연속 '쏠림'이 계속되고 있다. 양육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지원금'보다 '일자리'가 청년층에 더 시급한 문제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87.3%는 본사를 수도권에 두고 있다. 매출액 1000대 기업의 74.3%도 수도권에 소재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역시 2022년 보고서에서 "출산장려금 100만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육아비용이 비싸지는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를 바꿔야 현금성 지원이 효과를 볼 것"이라며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무리한 현금성 지원 확대가 개혁역량을 줄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