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는 돈으로"...덕담 거부하는 청년층, 덕담뿐인 노년층
2024.02.11 10:51
수정 : 2024.02.11 10: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연휴를 맞아 귀성길이 붐비는 가운데 집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안의 어르시들이 건네는 염려와 덕담은 받는 이에게 상처를 찌르는 아픈 말이 되는 추세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의도와 관계없이 말이 날카롭게 느껴져서다.
불경기가 경제활동인구 전반에 가져다준 스트레스가 명절 덕담을 기점으로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인터넷 등지에서는 '덕담 금기 목록'이 노년층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청년층 사이에서는 "덕담을 하려면 돈을 내라"는 응수가 이어지는 중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증가한 일자리 32만7000명을 뛰어넘는 36만6000명이 60대 일자리로 나타났다. 오히려 다른 연령대 일자리가 감소전환하며 증가분을 깎아먹은 셈이다. 20대 취업자는 8만2000명, 40대는 5만4000명 감소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9만8000명 줄며 2020년(-18만3000명) 이후 3년 만의 감소세를 맞았다. 청년층 고용률(46.5%)은 0.1%p 감소한 수치로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한 연령대다.
명절에 조우한 손자·손녀는 무직, 할아버지·할머니는 오히려 일을 나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빈번해진 셈이다. "일자리는 구했느냐"는 질문이 청년층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활동 주기에 무사히 진입한 30·40대도 잔소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생애주기 상 다음 단계는 결혼이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동태 코호트 데이터베이스(DB) 분석결과' 세부자료에 따르면 남자는 만 37세(1987년생), 여자는 만 34세(1990년생)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족'이 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
초혼연령도 빠르게 늙어가는 추세다.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20년 사이 4~5년 가량이 벌어졌다. 오히려 초혼연령에 가까워지면 혼인율이 더 내려가는 기현상도 보이는 중이다. 남자 혼인율은 1990년생(만 34세) 26.9%, 1989년생(만 35세) 33.6%, 1988년생(만 36세) 40.1%, 1987년생(만 37세) 46.1% 등이었다.
결혼 다음 단계인 출산 역시 올해 합계 출산율이 0.7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해당 생애주기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오히려 지난 생애주기의 스트레스도 다시 출산 시기의 가구를 괴롭히는 중이다.
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2%가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23.9%가 소득과 고용 불안정을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의 원인도, 해결책도 모두 돈으로 귀결되는 중이다. 문제는 청년층이 원하는 해답을 돌려줘야 할 노년층의 상황도 여전히 팍팍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KB국민카드 설문에 따르면 세뱃돈이나 용돈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87%로 평균 52만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OECD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소득빈곤율(Income poverty rate)은 40.4%로 OECD 평균치인 14.2%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0%를 넘는 나라는 OECD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