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서 버스로 3시간, '무이네' 첫 일정은 '와인캐슬'
2024.02.10 13:30
수정 : 2024.02.11 11:17기사원문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느낌적인 느낌'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 시간의 속도를 체감할 때 기억에 의존하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남아 유일 사막이 있는 무이네로 출발
호치민에서 2박을 하고 3일째 날이 밝았다. 간단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전날 예약해둔 무이네행 버스를 기다리며 근처의 커피 숍에 들렸다. 호치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푹롱 커피(PHUK LONG)'란 곳으로 개인적으로는 전에 갔던 '콩 카페'나 '카티낫' 커피와 비교해 커피 맛은 별로였다.
커피를 마시고 버스 도착 10분 전에 전날 예약해둔 버스회사에 도착했다. 완전히 누워서 갈 수 있는 '슬리핑' 버스가 아닌 한국의 '우등 고속 버스' 같은 느낌이었는데 좌석도 충분히 넓고 편안했다. 오전 10시 15분 정도에 버스를 타서 무이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정도로 편도로 약 5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무이네에서는 1박을 했는데 비수기였던 관계로 리조트 1박 요금은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사이공 무이네 리조트'란 곳으로 1박에 6만원 선이었는데 리조트와 바로 인접해 바다가 있고, 야외 수영장, 카지노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신혼 부부 등을 위한 비싼 리조트로 보였으나 관광객이 줄면서 숙박 비가 낮아진 듯 보였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유튜브에서 무이네 맛집으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가성비 맛집 '신밧드 케밥' 이었다. 무이네에는 총 2곳의 케밥 집이 있는데 2곳 모두 혜자스러운 양과 가격으로 무이네를 찾는 한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케밥 1개의 가격은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였는데 어른 손바닥 만한 참깨빵에 소고기 토핑이 가득했다. 5시간이 넘는 공복이었지만 케밥과 망고 주스를 같이 먹으니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베트남에서 즐기는 와인, 와인캐슬 투어
신밧드 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바로 그랩을 불러 두 번째 목적지인 무이네 '와인 캐슬'로 향했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하지만 다행히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로 1시간이 길었다. 와인캐슬은 캘리포니아 나파벨리에서 큰 와인비즈니스를 하는 베트남인이 자신이 만드는 와인을 소개하는 와이너리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기본 입장료와 와인 2잔을 맛볼 수 있는 코스, 와인 4종류를 맛볼 수 있는 코스 등이 있다. 중세의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총 26종의 20만8000병의 와인이 보관 중이라고 한다.
와인캐슬 내부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영어 투어를 신청하면 현지 직원이 정해진 코스를 돌며 해당 장소의 역사, 와인을 만드는 방법 등등을 소개해 준다. 코스의 마지막은 중세 귀족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초대형 테이블이 있는 공간에서 4종류의 와인을 순서대로 테이스팅 할 수 있는 시음 코스다. 2017년, 2014년 등 다양한 연도에 생산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시음을 완료하면 현장에서 구매 가능한 와인 리스트가 있는 메뉴판을 보여주는데 10만원 아래 가격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 와인까지 갖추고 있었다.
정해진 투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와인캐슬 외부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조경과 나무로 잘 꾸며진 야외 정원은 물론 인증샷을 부르는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다.
먹을 수록 돈버는 느낌, 해산물 저녁 요리
와인 캐슬을 둘러보고 숙소에 도착해 땀도 식힐겸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무이네에서의 저녁은 보통 '보케 해산물' 거리가 정석이다. 보케 거리를 따라 해산물 가게가 쭉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먹어도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고민이 될 때는 전세계 여행객이 채점한 '구글맵' 평점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하다. 리뷰 1700여개, 4.8점을 기록한 '보케 미스터 크랩 브랜치 2'에 들어갔다. 볶음 해산물면, 맛조개 무침, 가리비 구이와 사이공 맥주를 시켰다. 사이공 맥주 1병의 가격은 800원 정도로 먹을수록 돈버는 느낌이 들었다. 또 베트남에 오면 항상 먹는 마늘 소스 '맛조개 무침'도 한 접시 4000원~5000원 정도에 불과해 가슴이 따뜻해 지는 느낌이었다.
배를 가득 채우고 소화도 시킬겸 보케거리를 따라 한동안 걷다 보니 바다를 접한 아이스크림 카페가 나왔다. 가게 이름은 'Kem Dua 86'이란 곳으로 코코넛 열매에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떠서 먹는 방식이었다. 바다가 접한 캠프 의자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닷 바람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는 디저트로 제격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