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없는 1월에 누가 삽니까"..전기차 업계의 하소연
2024.02.18 13:51
수정 : 2024.02.18 13: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새해 초마다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빨라야 2월에나 확정되니 답답하네요."
최근 만난 국내 완성차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국내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차의 지난 1월 전기차 판매량은 단 121대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에서 승용차와 상용차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포터2 일렉트릭은 1월에는 생산이 장점 중단되기도 했다. 보조금 부재로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가 아예 생산 자체를 하지 않았다.
본래 정부의 보조금 지급 목적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공해차 보급 확대, 국내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행정절차 지연으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연말에는 지자체별 보조금 소진 문제가 있어 사실상 전기차를 팔 수 있는 기간은 8개월 남짓"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행정처리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결정된 사업이지만 보조금 공고가 2월을 넘기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올해도 환경부는 1월에 돼서야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올해 정부 보조금 개편안을 설명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전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기준은 5500만원 미만으로 지난해 5700만원 미만 대비 200만원 하향 조정됐고, 전기차 국비 보조금은 최대 650만원으로 전년 보다 30만원 줄었다. 또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 등 각종 기준 신설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은 차량은 보조금이 삭감된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지급 기준은 발표됐지만 아직까지도 차종별 세부 보조금이 고시되지 않아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은 올해 보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물론 정부의 반론도 있다. 보조금 예산 확정, 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가 꺾이고, 이로 인해 관련 산업까지 위축되는 상황인 만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