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올해 이익률 1%대 잿빛전망… "이자 감당 어렵다"
2024.02.19 18:18
수정 : 2024.02.19 18:18기사원문
■공사비 급등에 수익성 추락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7개 대형 건설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 1곳밖에 없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저효과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3.5%에서 4.7%로 소폭 상승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22년 6.0%에서 2023년 5.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도 2.7%에서 2.6%, 대우건설도 7.3%에서 5.7%로 내렸다. DL이앤씨도 6.6%에서 4.1%로, 포스코이앤씨는 3.3%에서 2.0%로 떨어졌다.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비용 반영으로 적자로 전환되면서 이익률이 -2.9%로 하락했다. 다만, 매출은 7개사 모두 증가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은 3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매출 성장에는 공사비 상승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고금리, 시장침체 등으로 건설 경영환경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원가율은 90%대로 올라섰다. 증권업계 분석에 의하면 대형 건설사 A사의 경우 지난해 말 주택부문 원가율이 95%에 달한다. 대형사인 B사, C사, D사 등 대부분 업체가 원가율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공사비 급등에도 고분양가 논란을 의식해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면서 수익성이 위축된 셈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행지표인 건설사 이익률은 최근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들의 순차입금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10곳 중 8곳 이자 내기도 어려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대형 건설사 10곳 중 8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날 발표한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6.4%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답한 기업은 17.7%에 그쳤다. 특히 최근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응답률도 38.5%로 높게 나타났다.
대규모 우발채무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E건설사는 미분양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최근 11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대형 건설사마다 공사는 진행하고 있는데 분양계획은 못 잡은 단지가 적게는 2~3곳, 많게는 10곳에 이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미착공 및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 빨리 공매로 넘기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시행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건설사들의 경영환경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대다수 기관들이 건설경기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일단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생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