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가 뭐길래...여야 '현역 공천배제' 후폭풍 확산
2024.02.21 17:02
수정 : 2024.02.21 17:11기사원문
국민의힘은 컷오프 대상인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 명단이 보도되자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지만, 개별통보가 본격 시작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미 하위 평가에 대한 공개 반발이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사실상 컷오프 수준의 페널티를 적용받게 된 인사들이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토하고 있다.
■與, 컷오프 명단보도에 진땀
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역의원 중 의정활동 하위 10% 평가를 받은 인사들은 권역별로 나눠 컷오프 된다. 이날 국민의힘 공관위는 앞서 한 언론의 '하위 20% 명단 입수' 보도를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겸 공관위원은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누가 그 명단을 실제로 제공한 것인지, 명단 없이 보도한 것인지 조사를 하고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컷오프 명단 자체에 대해선 "아직 10% 대상자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컷오프 명단이 공천 문제와 연관된 만큼, 공관위는 추가 대응으로 내홍에 휩싸이는 것보다 말을 아끼며 잡음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의 요청으로 지역구를 옮긴 조해진·서병수·김태호 의원 등은 현역의원 평가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컷오프 명단 발표로 또 다른 컷오프 대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장 사무총장은 "당의 요청에 의해 지역구 조정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분이 하위 10%나 30%에 포함돼 예측할 수 없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현역의원 컷오프와 비례대표·TK 공천 마무리 등 공천 관련 뇌관이 남아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잡음 없던 이전까지의 공천보다 이제부터의 공천이 더 중요하다"며 "공관위가 흔들릴 경우,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된 일부 의원은 이날 당의 현역 평가 방식에 아쉬움을 밝히는 등 선제조치에 나섰다. 이명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을 통해 당선 가능성을 검증하고 싶다"며 공관위에 평가 재고와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
■野 하위 평가자 릴레이 반발...6명째
지난 19일부터 하위 평가 통보가 시작된 민주당에선 3일째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 31명이 속한 하위 20% 명단은 비공개지만,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개별 통보를 받은 일부 의원들이 공개 반발에 나서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까지 스스로 하위 평가에 속했다는 사실을 알린 의원은 △하위 10~20% 김영주·송갑석 의원, △하위 10% 박용진·윤영찬·김한정·박영순 의원 등 총 6명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하위 10~20%'에는 경선 득표의 20%를, '하위 10%'에는30%를 각각 감산하는 현역 페널티 규정을 적용한다. 하위 10%의 경우 사실상 컷오프에 해당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5선 김영주 부의장이 가장 먼저 하위 평가 사실을 밝히고 탈당을 선언하자, 뒤이어 초·재선 의원들이 연이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 지도부를 비토하고 나섰다. 이날 하위평가 소식을 전한 김한정·박영순·송갑석 의원은 국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의 평가 통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김 부의장을 제외한 이들은 당에 남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영순 의원은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런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임 공관위원장 등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공천 논란에 대한 성토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지금 우리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해 반드시 총선을 승리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상당히 상황을 잘못 바라보고 있다"며 "친문·비명 이런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도저히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도 묻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작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 불참하며 도마에 올랐다. 친문계 윤영찬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송갑석·박용진·김영주 이런 분들은 같이 일한 동료인데 누가 봐서 그분들이 하위 10~20%냐"며 "오늘 할 말이 많았는데 왜 안 나왔는지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경수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