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유권자의 선택
2024.03.07 18:58
수정 : 2024.03.07 18:58기사원문
총선은 지역주민을 대표해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올바른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이런 일을 잘할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은 양심적이고, 애국심이 투철하고, 당선이 되면 공인이므로 공사 구분이 분명하고, 사생활도 깨끗하고 그리고 능력이 있을 것 등이 되겠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가급적 많이 충족시키는 사람을 당선시켜야 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들만 선출되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선거 당시의 국회가 최악의 국회이고,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폭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 각 당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 실제로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해왔고, 선거에서 연승을 거두지 못한 현역 의원도 있어 교체 폭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초선 의원 비율만 살펴봐도 16대 40.7%, 17대 62.5%, 18대 44.8%, 19대 49.3%, 20대 44%, 21대 52%에 이른다. 여기에 낙천, 낙선, 불출마 등으로 직전 선거에 국회 입성을 못했다가 다시 들어온 경우까지 포함하면 물갈이 폭은 더욱 커진다.
역대 최저 초선비율이라는 40.7%도 따지고 보면 매우 큰 교체율이다.
그렇게 엄청난 변화를 주어가며 기존 의원들을 교체했는데도 왜 현재 국회는 항상 최악의 국회일까. 원인은 공천이 잘못되었거나 유권자들이 잘못 뽑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처음 선출될 때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임기 중 바람직한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의 첫째로 너무나도 강한 정치적 지역구도를 들 수 있다. 사실 어느 나라든 지역구도라는 것은 있게 마련이다. 미국도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와 레드 스테이트라는 것이 있어 각 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역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후보의 경쟁력에 따라서는 상대편에 유리한 지역에서도 선전하고 선거에 승리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뉴욕시나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출신 시장, 주지사가 나오는 것이 그 예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아직도 지역구도가 너무나 강고하다. 이렇게 되다 보니 특정 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게 되며, 그럴수록 위에 든 의원으로서의 자질보다는 공천권을 가진 측에 줄을 댈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시된다.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다음 선거의 공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당한 당론을 따르는 것 같은, 당내 권력층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의정활동의 성과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천은 선거 당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4년 임기 내내 국회의원의 활동을 제약하는 셈이 된다. 덧붙여 최근에는 '소수이지만 목소리가 큰' 강성팬덤이 정치구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지하는 정당이 공천한 사람일지라도 상대방 후보에 비해 현저히 역량이 부족하다면 선택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4년 전에는 훌륭했어도 의정활동의 성과가 시원치 않으면 지지정당 후보일지라도 투표하지 않아야 한다. 강성팬덤에만 의존하고 올바른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후보 역시 뽑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가 이렇게 행동하면 정당도, 후보자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사람을 추천해 주지 않느냐고 한탄만 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은 국민이 가지고 있다.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