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0% 배상도 가능' 금감원,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 공개

      2024.03.11 10:00   수정 : 2024.03.11 10: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조원대의 원금손실 사태를 일으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기본적으로 원금의 23~50%를 배상해야 한다. 여기에 투자자별 고려 요소와 기타 요인을 감안하면 최대 100% 배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 분쟁조정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에 투자자별 개별 기준 적용해 배상비율 산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부터 3월 8일까지 2개월간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을 판매한 주요 판매사 11곳을 현장검사한 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 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판매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중조치하는 한편 판매사와 투자자간 분쟁이 조기 해결될 수 있도록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기준안은 DLF 등 대규모 분쟁사례 처리 원칙을 참고하되 △ELS 손실사태의 특수성과 △장기간 대중화·정형화된 상품 성격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검사 결과 위반사항이 판매사별, 기간별로 달라 기존 선례에 비해 정교하고 세밀한 조정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배상비율은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에 투자자별로 고려되는 개별 기준을 적용해 산출하도록 했다.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은 △기본배상비율(20~40%)과 △판매사 가중(3~10%)을 합쳐 결정한다.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은행은 20~30%, 증권사는 20~40% 범위에서 정해진다.

판매사 가중의 경우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를 가중한다.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각각 5%p, 3%p를 가중하도록 했다.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이 정해지면 여기에 투자자별 고려 요소를 반영한다. 개별 투자건별로 배상비율이 최대 45% 가감된다.

배상비율이 가산되는 경우는 △예·적금 등 원금보장상품 가입을 목적 고객(10%p)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5~15%p) △ELS 최초 투자(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5~10%p) △비영리 공익법인(5%p) 등에 해당될 때다.

반면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것은 △ELS 투자 경험(-2~25%) △ELS 매입·수익 규모(-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5~10%p) 등이 있는 경우다.

이 외에 고려되지 않는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 기타 조정요인(±10%)으로 반영된다. 과거 ELS상품 가입으로 얻은 수익은 배상금액과 직접 상계되지 않는다.

가입자에 따라서 100% 배상 또는 0% 배상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감원, 대표사례 분조위 개최..판매사 자율배상도 가능

금감원은 이같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다음달부터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사례 분조위는 일반적으로 약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대표사례 이외의 분쟁민원 건은 분조위 결과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각 판매사는 이번 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 화해)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판매사가 이번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하면 양 당사자간의 의사 합치 여부 및 시기에 따라 배상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안에 대해 다툼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소송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으로 이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이번 검사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H지수 기초 ELS 사태의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1~2월 1.2조 손실 확정..4.6조 추가 손실 예상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기초 ELS(ELT, ELF 포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8조8000억원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사별로 은행이 15조4000억원, 증권사가 3조4000억원어치를 팔았다.

투자자별로 개인이 17조3000억원, 법인이 1조5000억원어치를 샀다. 개인 투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21.5%(8만4000계좌), ELS 최초 투자자는 6.7%(2만6000계좌) 비중을 차지했다.

판매채널별로 살펴보면 은행에서는 오프라인(90.6%)으로, 증권사에서는 온라인(87.3%)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전체 잔액 가운데 80.5%(15조1000억원)가 올해 만기 도래하며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된다.
분기별로는 1·4분기에 3조8000억원(20.4%), 2·4분기 6조원(32.1%), 3·4분기 3조1000억원(16.5%), 4·4분기 2조2000억원(11.5%) 등이다.

이미 올해 1~2월 만기 도래액 2조2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이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2월 말 수준으로 지수(5678pt)가 유지될 경우 추가 예상 손실 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