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갱단에 넘어간 아이티에서 외교 인력 철수
2024.03.11 11:13
수정 : 2024.03.11 11: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쿠바와 이웃한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외교관 철수에 나섰다. 수도를 장악한 갱단은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 남부사령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내 미국 대사관의 보안을 강화하고 대사관의 비(非)필수 인력을 철수시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아이티 주재 미 대사관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대사관이 아직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사관이 인력을 줄인 상태로 제한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대사관 건물 인근과 공항에서 갱단 폭력이 증가하면서 대사관 인력 추가 철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 역시 엑스를 통해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시적으로 현지 사무소를 임시 폐쇄하고 최소 인원만 남겼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도 자국의 주아이티 대사가 EU 대표단과 함께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며 당분간 그곳에서 업무를 수행한다고 알렸다.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졌으며 지금까지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다. 모이즈 사망 후 권력을 잡은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물가 상승과 전염병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아이티의 갱단들은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이 세력을 키웠다. 앙리는 지난달 퇴임할 예정이었지만 선거 전까지 야권과 합의를 통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티 갱단들은 지난 3일 앙리가 카리브공동체 정상회의 참석과 치안 인력 파견 협의 등을 위해 해외 순방에 나선 사이 포르토프랭스의 교도소를 습격했으며 그 결과 약 3000명의 재소자가 탈옥했다. 아이티 정부는 탈옥 사태 직후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아이티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중인 폭력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티 갱단 연합체 'G9'의 수장 지미 셰리지에는 지난 5일 앙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앙리는 현재 귀국하지 않고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