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파일 분석 기술 고도화 나선 검찰, 증거 능력 높인다
2024.03.11 15:04
수정 : 2024.03.11 15: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녹음파일의 음질 정확도를 개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녹음파일이 주요 증거로 사용되는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지만 정작 잡음이 많아 내용 파악에 어려운 경우가 상당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녹음파일 분석 기술 고도화를 골자로 한 '스마트폰 녹음 음성 식별을 위한 오디오 신호처리 기술 개발' 연구 용역을 지난달 21일 발주했다.
대검은 △증거 파일의 음질 개선 의뢰 증가 △생활 잡음과 음석 왜곡으로 인한 녹음 불량 사례 증가 △기존 분석 기술 고도화 필요성 등을 연구용역의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일선에서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녹음이 잘 안 들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기술력으론 한계가 있어 연구 용역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거 파일에 섞인 잡음으로 주요 사건의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검에 음질 개선을 의뢰하는 일선 지방검찰청의 요구도 함께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검 관계자는 "대용량 파일을 신속·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이나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심 사건 등이 녹음파일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진 대표적 사례다. 돈봉투 사건의 경우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2016년부터 약 7년간 통화한 내용이 담긴 3만여개의 녹음파일이 확보되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특별팀을 꾸려 수사 중인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심 사건 역시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회 위원장 사이 허위 인터뷰 녹음 파일과 여러 언론인들의 녹음파일 등을 확보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일선청에서 음질이 불량한 녹음파일이 증거로 수집됐더라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장비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직접 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듣는 것만으로 내용 파악이 어려울 때 수사팀은 대검 과학수사부에 음질 개선을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검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에서 처리하는 음성 분석은 횟수가 줄고 있다고 해도 매년 수천건에 달한다. 2020년 3199건, 2021년 2145건, 2022년 2594건, 2023년 1848건 등이다.
검찰은 대량 녹음 파일에 포함된 잡음의 특성을 신속히 분석해 개선하고 목표 음성만을 추려내는 기술 등이 개발되면 디지털포렌식으로 인한 수사 지연 등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딥러닝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음성 신호 처리 기술의 향상이 보고되고 있다"며 "다양한 잡음 데이터베이스 학습 및 최신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기존보다 향상된 분석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기"라고 부연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