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진화"…체르노빌서 방사선 영향 안 받는 벌레 발견

      2024.03.12 11:13   수정 : 2024.03.12 11: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38년 전 원전 사고가 있었던 구소련의 체르노빌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체르노빌 지역에서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는데도 DNA가 손상되지 않은 선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4분 체르노빌 북서쪽 원자력 발전소에서 시험 도중 원전 4호기가 폭주하면서 일어난 폭발로 발생했다.

사고 이후 열흘에 걸친 화재로 아이오딘, 세슘, 제논, 크립톤 등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사고 이후 주변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면서 인근 30㎞가 출입금지구역(CEZ)으로 지정돼 접근이 차단됐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이 지역에서 계속 번성하고 있다.


뉴욕대학 연구진은 2019년 게놈(유전체)가 단순하고 번식이 빠른 벌레인 선충에 주목했다. 선충은 지구 곳곳에 살며 보통의 척추동물이 한 세대를 거치는 동안 수십 세대의 진화를 한다.
연구진이 수집한 선충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체르노빌에 사는 특정 선충의 유전자가 방사선으로부터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매튜 록맨 생물학 교수는 선충류의 저항성에 대해 “이 벌레는 어디에나 살며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척추동물이 성숙하기 전에 이미 수십 세대의 진화를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체르노빌 지역이 방사선에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손상되더라도 유전자가 복구되는 정도가 개별 생물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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