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멀쩡한데 中企는 폐업...한은 “생산성 강화해 무역장벽 대응해야”
2024.03.12 16:38
수정 : 2024.03.12 16:38기사원문
12일 한국은행은 '수출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중 우리나라의 26개 수출대상국 및 국내 제조업 내 7개 산업을 대상으로 해외 TBT 증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TBT 증가는 수출금액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수출이 TBT 증가로 인한 추가비용을 흡수할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TBT란 대표적인 비관세조치로 무역상대국의 다른 기술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로 인해 무역에 방해가 되는 각종 요소를 뜻한다. 국내에서 KC인증을 거친 제품도 중국 수출을 위해선 중국의 별도 기술규격(CCC)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TBT가 증가할수록 시험설비설치, 기술개발 등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산업별로 보면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높을수록 TBT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나타났다.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TBT 증가는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수출기업의 수는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TBT 증가로 수출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수가 감소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상호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해외 TBT가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수는 최대 0.22%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TBT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현안 제기나 소송, 상호인정협정과 같은 무역 협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지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27위에서 지난 2022년에는 33위로 떨어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 부연구위원은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나 기업이 해외 TBT로 인해 수출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신규 시장진출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는 자본투자와 R&D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의 제공과 산업 분야별 특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 중심의 기존 수출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의 잠재적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