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집권'으로 향하는 푸틴, "더 강력한 러시아" 강조
2024.03.18 10:11
수정 : 2024.03.18 13: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선 성공으로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며 지난달 사망한 자신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를 언급했다. 푸틴은 동시에 국방력 강화 및 중국과 협력을 강조했으며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번 투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비난했다.
"지지에 감사...나발니 사망은 애석"
15~17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끝낸 푸틴은 18일 0시 무렵에 수도 모스크바의 고스티니 드보르를 방문해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로 향했다. 그는 이날 대선 출구조사에서부터 8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이 확실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대선 투표율은 최소 75%에 달했다. 푸틴은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이라며 감사를 표한 뒤 "오늘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우크라 '특별군사작전'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언급했다. 푸틴은 2022년 우크라 침공 이후 계속 해당 용어를 쓰며 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 권력의 원천은 러시아 국민"이라며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 승리로 러시아는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모든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러시아 국민의 공통된 의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새 임기 과제로 국방력 강화를 언급했다.
아울러 푸틴은 나발니의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푸틴은 그동안 야권 지도자로 활동하며 자신의 비리를 고발했던 나발니를 '그 사람' 혹은 '블로거' 등으로 불렀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지난 2010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푸틴 정부의 부패를 고발했고 지난달 16일 러시아 감옥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나발니의 측근인 마리아 페브치흐는 지난달 26일 발표에서 서방과 푸틴 사이에서 나발니와 러시아에 수감중인 미국 국적자 2명을 독일에 갇혀 있는 전직 러시아 정부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와 교환하는 협상이 진행중이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17일 "나발니가 사망한 일은 애석하다. 교정 시설에서의 사망 사례는 또 있다. 이는 미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인사가 서방 국가의 교정 시설에 수감된 인물과 나발니를 교환하자는 생각을 내게 말했다"고 협상을 인정했다. 푸틴은 "나는 동의한다고 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를 교환하되 다시 러시아에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머물게 한다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나발니 지지 세력은 푸틴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소 시위를 진행했다. 푸틴은 시위에 대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투표를 촉구한 것은 칭찬한다"고 말했다.
서방, 러시아 선거에 냉담...푸틴 '올림픽 휴전' 언급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연설에서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며 "이 사람은 권력에 병들었고 종신 집권을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가 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 점령지에서 저지른 모든 일은 범죄"라며 "이런 선거 흉내에는 정당성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이 인물은 네덜란드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선거에서 점령한 우크라 영토에서도 투표소를 열었다.
같은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에 "우크라 영토에서 불법으로 선거를 치름으로써 러시아는 평화로의 길을 찾는 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우크라를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도 엑스에 "러시아의 가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푸틴의 집권은 독재적이며 그는 검열과 탄압, 폭력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우크라 점령지에서 선거가 무효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이반 길 외무장관은 엑스에 글을 올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표해 푸틴과 그의 정치운동이 거둔 압도적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알렸다.
한편 푸틴은 올림픽 휴전안에 대해 언급했다. 유엔 총회의 118개 회원국들은 지난해 11월 투표에서 올해 파리 올림픽 개막 7일 전인 7월 19일부터 장애인올림픽 폐막 7일 후까지인 9월 15일까지 전 세계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올림픽 기간에 전쟁을 멈추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관례지만 실제 휴전 사례는 드물다.
푸틴은 올림픽 휴전을 두고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