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대로 가다간"..연일 조국혁신당 견제하는 민주
2024.03.21 06:00
수정 : 2024.03.21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 견제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 주도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인기가 조국혁신당에 미치지 못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관련 발언에 민주당 지도부가 다소 예민한 기색을 보인 것 또한 이 같은 분위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의 22대 총선 비례대표 지지율은 광주·전남에서 4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와 남도일보, 광주매일, 광남일보, 전남매일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15~16일간 조사해 17일 발표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은 40.1%, 더불어민주연합은 34.5%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26명 대상, 통신 3사 제공 무선가상번호 100% 자동응답조사로 이뤄졌으며 응답률 10.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또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14~15일간 실시, 18일 발표한 광주 광산을 여론조사에서도 조국혁신당 비례지지율은 42.6%로 더불어민주연합(25%)을 크게 앞질렀다. 이 역시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만큼, 조국혁신당의 유례 없는 인기몰이에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강원 춘천 유세 현장에서 "잠시 헷갈리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소속으로 4·10 총선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 공천을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유튜브에 출연해 "이중 당적은 안 되니까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좋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민주당 후보라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명예당원을 해야지, 설마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이야기했을까"라며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박 전 원장의 발언에 대한 파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박성준 대변인은 "민주당 비례정당은 민주연합인데 박 전 원장이 조국혁신당 명예당원이 되겠다는 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민주당 후보가 이러면 되겠는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언급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박 전 원장은 이날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발언은 덕담 차원에서 했다지만 부적절했다니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저는 뼛속까지 민주당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박 전 원장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한 바, 엄중 경고하는 것으로 해당 사안을 일단락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민주당의 행보가 조국혁신당 뿐만 아니라 조국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연대한다고 만난 것이나, 박 전 원장의 전날 발언이나 모두 똑같은 덕담"이라면서 "조국혁신당이 너무 치고 올라가는 데다가 조국이 친문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라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또한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원장 발언의 경우)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에 정색하는 것을 보면 조국혁신당에 대해 이 대표나 민주당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 버렸다"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 대표로서는 '우리의 근거지인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에 지지를 더 보낼 경우 조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어차피 구속당하겠지만 그래도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것 아닌가)' 등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향후 민주당의 '더불어민주연합 띄우기'는 총선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장 소장은 "서로 손잡고 연대하자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저 당 찍으면 안 된다'는 식의 캠페인은 하지 않겠지만, '우리 당을 더 많이 찍어주세요'라는 포지티브 캠페인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