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못가 막막했으나 지방병원이 환자 살렸다"
2024.03.21 10:03
수정 : 2024.03.21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남 중소도시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의료 사태'로 서울에서의 수술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던 60대 환자가 수소문 끝에 부산지역 종합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사진)가 지난 19일 췌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 A씨에게 고난도의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은 췌장암, 담도암, 십이지장암 등으로 인해 췌장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담낭, 담도, 위의 일부, 비장 등 주변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이다.
온종합병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명치와 복부 통증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경남 통영의 한 병원에서 복부 CT와 MRI 검사 결과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깜짝 놀란 A씨와 가족, 친지들은 하루라도 빨리 수술받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해서 '서울 빅5 병원' 등에 수소문했으나 전공의 파동으로 진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몇 년 사이 간담췌암 수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온종합병원의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 13일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의 진료실을 방문했다.
김 교수는 A씨가 누나도 췌장암이었고, 어머니와 형이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는 등 가족력이 있는데다 통증이 시작된 지 이미 10개월이나 된 점을 고려해 즉시 수술 일정을 잡았다.
김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 중의 하나여서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 다행히도 A씨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와 같이 췌장암이나 당뇨 등 가족력이 있을 경우 명치와 복부 통증이 시작되면 즉시 간담췌외과를 찾아 췌장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일반병실에서 입원 치료 중인 A씨 가족들은 "서울 빅5 병원만 바라보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환자의 목숨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지체 없이 수술을 해준 온종합병원 김건국 교수 등 의료진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1995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에 이어 간담췌외과 및 간이식 전임의를 거쳐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가천의대 길병원(외과 교수)로 13년간 재직한 다음 제주한라병원, 창원한마음병원 등에서 간이식과 간암·담도암 수술에 줄곧 집중해왔다.
2005년 가천의대 길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간 이식술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생체 간이식을 포함해서 200건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고난도의 간암과 담도암 수술도 500여 건 시행했고, 췌장·십이지장 전절제술인 '위플수술' 역시 500건이나 기록할 만큼 간·담도 및 간이식 명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700병상을 허가받아 운영 중인 온종합병원은 이미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유방외과를 중심으로 각종 암 수술 치료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전공의 파동으로 수도권 빅5 병원들과 지방 대방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중증환자들과 응급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전공의 파동 한 달간 온종합병원은 중환자실의 병상 30개가 풀가동되고 있고, 응급센터를 통해 입원환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재원환자 수 역시 전공의 파동 이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이번 전공의 파동으로 의료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 국민들이 새삼 깨닫게 됐으며, 반대로 몇몇 역량 있는 지역 종합병원들이 암 수술이나 심뇌혈관 시술 등에 있어 상당히 높은 진료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역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