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건전성'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금융사, 영구채 발행 봇물
2024.03.21 15:10
수정 : 2024.03.21 15:10기사원문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반기업, 금융사가 발행한 영구채(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 규모는 4조1800억원에 이른다.
금융사로는 메리츠증권(1900억원), 수협은행(2000억원), 롯데카드(1700억원), 기업은행(4000억원)이 이달에 영구채를 발행했다.
앞서 1~2월에는 신한금융지주(4000억원), BNK금융지주(2000억원), 하나금융지주(4000억원), 우리금융지주(4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2000억원), KB금융지주(4000억원) 등 금융지주사들이 대거 영구채를 발행했다. 현대카드(1400억원), 제주은행(500억원)도 영구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영구채 성격이 강해 영구채로 불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지난 2019년 '바젤Ⅲ'가 전면 시행되면서 은행과 지주사는 BIS 비율을 14%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받고 있어 영구채는 금융사의 '만능 조달키'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기업 및 가계 대출이 증가하면서 계열사들의 자금 수요가 커진 데다 2019년 대거 발행한 영구채의 콜옵션 스텝업이 올해 본격화하고 있다. 콜옵션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로 영구채 활용도를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오는 5월까지 1%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은행 및 금융지주사는 자본 확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을 쌓도록 요구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가 올해 말부터 도입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 제도는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에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카드사의 영구채 발행도 눈에 띈다. 최근 카드사는 레버리지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레버리지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자본의 적정성을 위해 8배(배당성향 30% 이상은 7배)로 규제하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기업들도 영구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2~3월 롯데컬처웍스(2000억원), 효성화학(1000억원), SGC이테크건설(800억원), SK인천석유화학(4600억원), 풀무원식품(500억원), CJ CGV(1400억원)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주로 전방산업이 좋지 못한 기업들이 대거 시장을 찾았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