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해소될까…장기미제 사건 직접 나선 법원장들

      2024.03.24 14:14   수정 : 2024.03.24 14: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법원장 재판부'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이 맡는다. 10년가량 묵혀온 재판이 재개되거나,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한 사건의 선고기일이 잡히는 등 법원장 직접 재판으로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고 있어 재판 지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관 증원 없이는 재판 지연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장 재판' 본격화…10년간 결론 안 난 사건도 포함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원지법을 시작으로 전국 법원에서 '법원장 재판부'가 가동을 시작했다.
법원장 재판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결을 위해 꺼낸 고육책 중 하나다. '장기미제' 사건 중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들을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직접 처리함으로써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전국 37개 법원장이 사건을 가져갔다. 서울 관내 법원에서는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북부지법이 법원장 재판을 시작했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행정9부는 이날 14개 사건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중에는 2014년 접수됐지만 10년가량 결론이 나오지 않은 사건 2건도 포함됐다. 지난 2018년 소송이 제기됐지만, 6년 만에 처음 변론이 진행된 사건도 있었다.

주요 사건으로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다른 대학교 학부생인 자녀의 연구 결과물을 작성하게 하는 등 비위행위로 파면된 대학교수가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등이 있다.

김 법원장은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도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총 9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지난 14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총 7건의 장기미제 사건의 심리를 진행했는데, 이 중 3건은 변론을 종결해 다음 달 18일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동부지법도 지난 22일 법원장이 첫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25일), 서울서부지법(27일), 서울중앙지법(28일), 서울고법(4월 18일) 등도 법원장 재판 시작을 앞두고 있다.

장기미제 사건 급증…5년새 민사 2.2배·형사 1.8배 증가
접수일로부터 2년 또는 2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당초 2년을 넘기면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지만, 민사 사건의 경우 2016년 대법원 예규 변경으로 장기미제 기준이 2년 6개월로 바뀐 바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본안 1심 장기미제 사건(2년 6개월 초과)은 2022년 기준 7746건으로, 5년 전인 2017년(2440건) 대비 2.2배 늘었다. 장기미제 형사 1심 사건(2년 초과)의 경우 1709건에서 4781건으로 1.8배 증가했다.

행정 사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정소송 본안 사건 1심 기준 장기미제 사건 건수는 2017년 447건에서 2022년 1020건으로 큰 폭 늘었다.

장기미제 사건이 증가하는 동안 전반적인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민사합의 1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93.3일에서 420.1일로, 형사합의 1심(불구속 기준) 평균 처리 기간은 168.0일에서 223.7일로 증가했다.

다만 장기미제사건 처리만으로는 고질적 재판 지연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게 법원 내·외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했지만 근본적으로 법관 수가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 언론에 문제제기한 바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물리적 법관 증원 없이 법원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법원장이 미제 사건을 맡는 것만으로는 재판 지연 현상을 크게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일선 판사들 입장에선 법원장이 자신의 사건을 가져가는 케이스가 늘 수록 업무에 대한 자극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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