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초 남기고 성공" 세계서 가장 힘든 마라톤, 첫 女완주자 나왔다

      2024.03.25 11:07   수정 : 2024.03.25 11: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에베레스트를 두 번 왕복하는 수준의 표고차를 제대로 된 루트조차 없이 밤낮없이 달려 60시간 안에 160㎞(100마일)를 주파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울트라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 대회에 첫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

영국 두아이 엄마 '바클리 마라톤' 완주

영국의 수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재스민 패리스(40)가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마감 시간을 99초 남기고 이날 완주에 성공했다.

22일(현지시간) BBC와 CNN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올해 경기에서는 패리스를 포함해 5명이 제한된 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1989년 이후 현재까지 이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은 20명에 불과하다. 패리스는 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패리스는 이날 정해진 60시간을 단 99초를 남긴 59시간 58분 21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BBC는 “패리스는 경기를 마치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 극한의 지형은 물론이고 길이 없는 땅을 헤쳐나가면서 밤새도록 계속 달려야 했다”며 “날카로운 덤불을 헤치면서 다리가 긁힌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힘든 울트라마라톤 중 하나인 바클리 마라톤은 매해 오직 35명이 참여할 수 있다. 대회 참가 비용은 1.6달러(약 2200원)이지만,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참가 동기에 대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경기는 대회를 고안한 캔트렐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대회 코스 구간마다 마련된 책에서 자기 등 번호에 해당하는 쪽을 뜯어 코스 완주를 증명해야 한다.

60시간 안에 32㎞ 코스 5바퀴 반복.. 에베레스트 2번 왕복 수준

바클리 마라톤은 탈옥수에게서 영감을 받아 고안된 대회다. 미국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범 제임스 얼 레이가 1977년 탈옥 뒤 체포되는 과정에서 “나는 경찰의 수색을 피해 이틀 동안 8마일(약 13㎞)을 이동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전해 들은 육상선수 게리 캔트럴이 “나는 (이틀 동안) 100마일도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실제 대회로 만들어졌다. 1986년 첫 대회가 시작됐고 1989년부터 현재의 코스가 완성됐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60시간 안에 32㎞(20마일)의 코스를 5바퀴 반복해서 달려야 한다. 에베레스트 높이의 2배가 넘는 약 1만 8900m의 산악지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밤낮으로 거친 수풀 사이를 넘나들며 기억에 의존해 달려야 해 중간에 길을 잃는 경우도 흔하다. 바클리 마라톤이 인간의 극한의 의지를 시험하는 대회로 악명이 높은 이유다.


지난 1989년 160㎞로 확장된 이후 지금까지 단 20명만이 제한 시간 60시간 안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중도 탈락자의 비율이 99%에 이르러 마라토너들 사이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대회’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이번 대회 우승은 58시간 44분 59초로 주파한 우크라이나의 이호르 베리스가 차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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